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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NEWS]‘베이비 박스’ 도입 10년…“아기 살리려고 오는 곳입니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0-02-18   /   Hit. 5695

 

[기자]

베이비박스, 들어보셨는지요?
이 작은 상자인데요.
피치못할 사정으로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들이 아기를 여기에 놓고 가면, 일부 교회에서 임시로 맡아, 돌봐주고 있습니다.
베이비박스가 생긴 지 꼭 10년 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올해는 경기 불황 등으로 후원이 대폭 줄어 운영이 어렵다고 하는데요.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을 나고 있는 베이비박스의 실태를 뉴스따라잡기에서 현장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서울 관악구에 있는 한 교회 앞.
한 여성이 조심스럽게 걸어오더니, 문을 열고 품에 안고 있던 갓난아기를 놓아둡니다.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는지, 한참을 서 있는데요.
이 여성이 아기를 놓고 간 이 곳, 베이비박스입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엄마들이 여기 와서 이 문을 열고 아기를 넣는 곳인데 문을 열면 (교회) 안에서는 벨 소리가 나요. 그래서 아기가 왔다는 거를 저희가 확인을 하고 아기를 꺼내서 아픈 데가 없는지 빨리 확인을 하는 거죠."]

올 들어 벌써 스무 번, 이 베이비박스의 슬픈 벨이 울렸습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곳은 이 곳 교회입니다.
맡겨진 아기들은 직원과 자원봉사자들의 정성스런 보살핌을 받습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오늘은 세 명의 아이가 있고요. 지난 주말에 들어온 아기고요. 태어난 건 1월 25일인데 보호된 건 지난 주말이에요. 3주 정도 있다가 저희한테 보호된 아기예요."]

보살핌을 받는 아기들이 교회에서 계속 지내는 건 아닙니다.
교회에서 얼마간 머문 뒤 다른 가정으로 입양되거나 보육원으로 보내집니다.
베이비박스가 처음 설치된 건 지난 2009년 12월.

아기를 키울 수 없게 된 부모가 위험한 곳에 아기를 유기하지 말고 안전한 곳에 두라는 뜻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생선 상자 안에 어린 아이를 갖다 놨어요. 전화가 와서 뛰쳐나가보니까 금방 태어난 아이고 갖다 놓은 지 오래됐고 저체온에 장애아이고. 아이들을 안전하게 갖다 놓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어주자."]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박스 안에는 난방시설도 설치되고, 카메라도 달렸습니다.
그렇게 지난 10여 년 동안 보호된 아기가 지금까지 모두 천 7백여 명에 달합니다.

[이종락/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목사 : "사실 여기 들어온 아이들은 엄마로 하여금 지켜진 아이들이잖아요. 엄마들이 버릴 수도 있지만 이 아이만큼은 살려야 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여기까지 와서 아이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도록 했단 말이에요."]

그러다 이런 일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를 두고 가려다, 설득으로 엄마가 마음을 바꾼 겁니다.

[임선주/ 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대부분 불가피한 상황에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상황의 엄마들이 오는데 저희가 상담을 통해서 가능한 최대한 엄마가 키울 수 있도록 저희가 돕고 있는 거고…."]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사람들, 형편이 어려운 미혼모가 대부분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아기를 키우겠다고 하면 육아용품 등을 지원하고 있다고 합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상담을 통해서 아기를 키우기로 마음을 바꾼 엄마들에게 저희가 아기를 양육하는데 필요한 용품들을 매달 지원해드리거든요. 3년 동안 지원해드리고 있어요."]

창고 선반을 가득 채운 분유와 기저귀 등이 지원될 물품인데, 넉넉해 보여도 한 달이면 동난다고 합니다.
모두 오로지 헌금과 후원으로 마련돼 늘 여유있게 준비할 처지는 못된다고 합니다.
특히 올해는 경기불황에다 일부 운영자의 문제까지 겹쳐 후원이 적습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이 안에 담길 물품들이 후원이 돼야 되는 거기 때문에 엄마들은 필요한데 저희가 후원이 안 들어오면 이렇게 만약에 지금처럼 비어있다면 다음 달 나갈 게 없는 거거든요."]

서울에 이어 이 곳, 경기도의 한 교회에서도 국내 두 번째로 5년 넘게 베이비박스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가로 50센치미터 남짓한, 이 작은 박스에, 올 들어 3명의 작은 생명이 찾아왔습니다.

[김은자/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권사 : "(17일) 새벽 1시에 들어왔습니다."]

눈 내리는 새벽에 맡겨진 생후 1개월 된 남자아기입니다.

[김은자/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권사 : "엄마가 준비해놓은 베개, 베갯잇. 기저귀 몇 개하고 속싸개, 양말, 이렇게 쓰던 거. ‘부득이하게 고민하다가 어쩔 수 없이 이 아이를 맡기고 간다. 그 죄에 대해서는 제가 달게 받겠습니다. 죄송합니다’라는 간단한 메모와 아이의 출생 일자만 적혀있었어요."]

지금까지 이곳을 거쳐간 아기는 120여 명입니다.
이곳에선 일부 자원봉사자들이 아기들을 다른 곳에 보내지 않고 직접 위탁부모가 되기도 했다는데요.
수개월 간 아기에게 들어가는 비용은 병원 검진비를 제외하고 모두 오로지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교회에서 부담하고 있습니다.

[김은자/베이비박스 운영 교회 권사 : "아이들을 위탁하고 있는 가정들이 여섯 가정 있고요. 입양한 가정도 두 군데 입양돼있고. 재정적인 문제는 거의 다 성도들이 헌금한 걸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고요."]

일부에선 이런 베이비박스가 아기 유기를 부추기는 것 아니냐는 비판도 합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 운영자들은 아기, 그리고 부모에게 베이비박스가 정말 마지막으로, 한 번 더 기회를 주는 곳이라 말합니다.

[임선주/베이비박스 운영팀장 : "여기까지 오는 건 정말 아기는 살리려고 오는 거거든요. 제주도, 광주, 부산 전국에서 오거든요. 아기 낳고 바로 그 힘든 몸을 가지고 아기만은 살리려고 오시는 거거든요. 그래서 여기는 (아기를) 버리는 곳이 아니라 엄마가 아이를 지켰다는…."]

아기를 지키려고 온다, 살리려고 온다.. 그 간절한 마음 하나로, 오늘도 베이비박스는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정화 기자jhw01@kbs.co.kr

 

출처 : KBS NEWS

원문 : http://news.kbs.co.kr/news/view.do?ncd=4383665&ref=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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