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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베이비박스, 버려지는 곳이 아니라 살리는 곳이죠"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0-03-06   /   Hit. 2942

2020.03.06 일자 조선일보 기사입니다.

 

 

 

 

베이비박스 10년 이종락 목사, 지금까지 1700명 아기에 보금자리
아이 다시 키우기로 한 엄마 위해 분유·기저귀 등 3년 동안 지원도 

 

"이곳은 영아 유기를 조장하는 곳이 아닙니다. 차가운 길에서 죽어갔을 아이들을 구하고 죄책감과 부담감에 짓눌린 엄마들을 구하는 곳입니다." 이종락(66) 목사가 담담한 목소리로 말했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주택가 가파른 오르막길에 자리 잡은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특별한 상자가 있다. 뜻하지 않게 아이를 낳았지만 기르기 어려운 환경에 처한 미혼모들이 베이비박스(baby box)에 아이를 넣는다. 길바닥에 버려지지 않고 보금자리를 찾은 아이들은 시간이 흘러 부모가 다시 데려가기도 하고, 보육원에 보내지거나 입양되기도 한다.


베이비박스를 만들기 전 이 목사는 장애인 공동생활 공간을 운영하고 있었다. 작년 세상을 떠난 그의 아들이 선천성 뇌성마비를 앓아 장애인 보호에 관심이 컸기 때문이다. 베이비박스는 2007년 봄 이곳에 버려진 생선 상자가 계기였다. 상자를 열어보니 갓 태어난 아기의 몸이 차갑게 식어가고 있었다고 한다. 가까스로 아이를 살린 이 목사는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할 공간을 만들겠다고 결심하고 2009년 12월 베이비박스를 설치했다. "화재를 처음 목격한 사람이 신고해야 하듯이,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는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그는 "여기에 오는 아이들이 없으면 좋지만, 어디선가 죽어갈 아이라면 여기에 오게 해달라고 기도했다"며 "3개월 만에 처음으로 아이가 맡겨진 이후 한 달에 서너 명이 맡겨졌다"고 했다. 2012년 입양특례법이 개정돼 입양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한 달에 30명씩 들어오기도 했다고 한다. 지금까지 1709명(5일 기준)이 이곳에서 보호를 받았다.

이 목사는 "아이들만큼이나 엄마들을 살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이들은 부모에게조차 임신 사실을 알리지 못하고 혼자 아이를 낳는 10대 소녀가 많다. 죄책감과 두려움에 극단적 선택을 시도하는 경우도 흔하다. "어린 엄마들에게 너는 지금 아이를 버리러 온 것이 아니라 살리러 온 거야. 넌 엄마로서 최선을 다했어라는 말을 해줍니다. 이 말을 들은 엄마들이 아이를 잊지 않고 다시 데려가 키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넣는 것조차 두려워하는 엄마들을 위해서 최근엔 더 눈에 띄지 않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베이비룸도 만들었다. 아이를 다시 데려가 키우기로 한 엄마들을 위해선 쌀, 기저귀, 분유 등을 담은 베이비키트를 3년 동안 지원해주고 있다. 미혼모들이 안전하게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는 공간도 교회에 마련했다.

 

일각에선 베이비박스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이에 대해 이 목사는 "이곳에 아이를 맡기는 건 유기가 아니라 최소한의 책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불법이라고 하기 전에 미혼모에 대한 국가 지원을 늘리는 것이 우선"이라고 했다.

이 목사는 "미혼 부모들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공동체 생활공간을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들이 옷을 만들어 파는 작업장, 어린이집, 심리 상담 센터가 모여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어린 부모가 생활할 공간이 생기고 아이를 키울 돈이 생기면 결국 베이비박스가 필요 없어지지 않을까요? 제가 할 일은 베이비박스 없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것입니다."



[김영준 기자]

입력  : 2020.03.06 오전 4:37

원문 : https://n.news.naver.com/article/023/00035128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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