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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다시 데려온 건 최고의 선택… 출생통보제·친모 신원 보호 필요”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3-07-14   /   Hit. 848
베이비박스 맡겼다 돌이킨 친모들

양육 어려운 경제적 취약층 다수
“살리고 싶었다… 수사 대상 안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운영 중인 베이비박스에 지난 9일 ‘당신이 이 아이의 생명을 지켰습니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출생기록은 있지만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그림자 아동’ 중 소재 파악이 되지 않은 아이 상당수가 베이비박스에 인계된 것으로 추정된다. 연합뉴스

20대 김모씨는 지난 4월 태어난 지 닷새 된 아이를 안고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를 찾았다. 아이 아빠와는 출산 전 이미 헤어진 데다 김씨에게는 6살짜리 첫째 아이도 있었다. 홀로 모든 것을 감당할 자신이 없었던 그는 과거 유튜브 채널에서 우연히 봤던 베이비박스를 떠올렸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면서도 김씨는 관계자에게 “입양은 절대 보내지 말아 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나중에 돈을 모아 아이를 키울 형편이 되면 꼭 다시 데리러 올 생각이었다. 그렇게 고향으로 발걸음을 돌렸지만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내내 아이 얼굴이 떠나지 않았다. 결국 김씨는 이튿날 아침 일찍 다시 상경했다.

김씨는 둘째를 다시 데려오면서도 아이 출생신고는 망설였다고 털어놨다. 그는 13일 “우리 아빠가 (출산 사실을) 알게 될까 봐 무서웠다. 아빠 모르게 출생신고를 할 방법은 없는지도 알아봤다”며 “계속 망설였지만 그래도 아이를 위해선 출생신고를 하는 게 맞는 것 같아서 신고를 했다”고 말했다.

윤모(27)씨 역시 아이를 키울 여건이 안 돼 2021년 1월 베이비박스를 찾아갔다. 당시 윤씨와 아이의 친부는 경제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들은 “2~3개월 뒤 아이를 찾으러 오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집에 돌아온 뒤로 계속해서 아이 얼굴이 눈에 밟혔다. TV를 봐도 아이 얼굴만 떠올라 일상생활이 어려울 정도였다. 결국 윤씨는 부모에게 출산 사실을 털어놨고,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은 때에 아이를 데려왔다. 그는 “맡길 때 모습 그대로였다. 아이를 안는데 미안한 감정이 솟구쳤다”고 회상했다. 주사랑공동체에 따르면 베이비박스에 오는 아이 중 30%가량은 이렇게 다시 원가정으로 복귀한다.

국민일보가 만난 친모들은 아이를 베이비박스에 두고올 수밖에 없었던 주요 이유로 경제적 어려움을 꼽았다. 실제 베이비박스를 찾는 이들 중 다수는 아이를 키우기 어려운 경제적 취약층인 것으로 조사됐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 따르면 지난 1~6월 베이비박스를 찾은 이들 중 80% 정도는 미혼이었다. 또 10·20대가 약 70%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겼다가 이틀 만에 다시 찾은 30대 박모씨는 “출산 직후 아이를 키울 준비가 아예 안 돼 있던 상황에서 베이비박스 측의 지원이 큰 도움이 됐다”며 “국가정책 중에서도 한부모소득 등 미혼모가 받을 수 있는 지원이 있는데 잘 알려져 있지 않다. 나도 이를 알았더라면 애초 아이를 키울 생각을 먼저 하지 않았을까”라고 말했다.

베이비박스를 경험한 엄마들은 “다시 아이를 찾아간 것이 정말 잘한 일이었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들은 최근 국회를 통과한 출생통보제에 찬성 뜻을 밝히면서 동시에 친모의 신원 보호가 가능한 보호출산제도 필요하다고 했다. 김씨는 “아이를 위해 출생통보제는 꼭 필요하다. 여기에 보호출산제가 함께 있으면 아이를 더 먼저 생각하는 결정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베이비박스가 수사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는 뜻도 밝혔다. 그는 “베이비박스를 찾아갔다는 것 자체가 아이를 살리고 싶었던 거라고 생각한다. 찾아가는 발걸음은 얼마나 무거웠겠나”라며 “그런 곳을 찾아가지도 않고 주차장이나 화장실에 아이를 버리는 사람들을 처벌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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