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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가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2-06-11 /
Hit. 2758
베이비박스가 필요없는 날이 오기를
등록일 : 2012-06-11 01:05:15 | 작성자 : 시민기자 권정예
겨울이었던 지난 1월에 서울 관악구의 한 교회가 설치해 놓은 베이비박스라는게 보도된 된적이 있었다. 이는 미혼모 등이 아기를 자꾸 버리거나 죽게 하는 일이 늘어나자 그 교회에서 아기를 버리지 말고 거기에 넣어달라며 버려진 아기가 동사하는 것을 막도록 설치한 것이었다.
이 베이비박스 겉면에는 "불가피하게 아이를 돌보지 못할 처지에 있는 미혼모의 아기와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기. 버리지 말고 여기에 넣어주세요"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실제로 베이비박스에는 많은 신생아들이 버려졌으며 아기들은 장애를 갖고 있거나 미혼모의 편지와 함께 발견됐다. 추운 날씨에 버려진 아기들은 베이비박스가 아니었으면 모두 얼어죽었을 일이었기에 언론에서도 크게 화제가 되었었다.
며칠 전 시민기자는 부산에 볼일이 있어서 갔다가 친구를 만나기 위해 모 영아 임시 보호소 한곳을 찾았다. 친구는 그곳에서 보육사로 일하고 있었다.
보호소에 찾아가 친구가 있는 2층으로 막 올라가니 갓난 아이들 5∼6명이 보육사 선생님 무릎 앞에 넘어질 듯 말 듯 힘겹게 앉아 떠 먹여주는 이유식을 한 숟갈씩 받아먹고 있던 서너 명의 아가들이 삼키다 말던 밥알을 흘리며 눈이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마치 합주곡 지휘자의 손짓에 따라 흘러나오던 음악이 갑자기 멈춘 것처럼, TV ‘동물의 왕국’에서 불쑥 나타난 뜻밖의 먹이감에 놀라 웅크리며 주시하는 사자 가족들처럼.
어찌 됐건 아가들의 응시는 방안에 막 들어서려는 나를 멈칫하게 만들었고 더 이상 발걸음을 떼어 놓지 못하게 하였다.
1∼2분이나 흘렀을까? 적막한 분위기를 깨뜨리고자 내가 가만 가만 발을 떼고 걸어가자 모두의 눈망울이 나를 따라온다. 나비 방울이 달린 새까만 머리의 여자 아이의 말없는 응시며, 개구쟁이처럼 앞뒤꼭지 툭 튀어나온 사내아이의 눈동자도.
한참 후 보육사의 “맘마 먹자”는 소리와 숟가락을 밥그릇에 툭툭 치며 짓이겨 뜨는 밥숟갈 소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그냥 입만 벌리고 여전히 시선은 갓 방에 들어온 이방인(?)을 주시할 뿐이다.
나는 이런 천진한 아이들의 눈망울에서 천국의 노래 같은 것을 보았다. 아무런 흠도 없고 맛도 없고 색깔도 없는, 신선하고 순수한 눈망울. 알프스의 산봉우리에 내려쌓인 흰 눈인가, 아니면 어둠이 채 깔리지 않은 초저녁 맑은 하늘에 둥실 떠있는 달덩이 같음이던가.
말 못하는 것이 아니고 말하지 않는 침묵으로만 던져주는 이 아가들의 초롱한 눈망울에서 우리는 무엇을 발견해야 하고 또 들어줘야만 하는지?
점심시간이 되어 친구와 함께 밥을 먹으러 나왔다. 친구는 “이 어린 아이들에게 다시는 눈물이 흐르지 않도록 해줘야 하는데, 이 아이들의 인생을 책임지고 행복하게 해줘야만 하는데...”하면서 혼잣말을 했다.
세상 누구보다도 귀하고 소중한 하나의 생명. 비록 부모에게서는 버림을 받았으나 이제는 그렁 고통 없이 행복을 얻도록 해줘야만 하는 아가들.
친구는 필름처럼 스쳐가는 보자기 속의 핏덩이 갓난아이들과, 엄마를 찾느라 눈물, 콧물 그리고 땀이 범벅이 된 채로 울고 있던 2∼3살박이 아이들이며, 자신의 운명을 깨끗이 포기하고 체념한 듯 강아지 인형을 옆구리에 끼고 잔디밭에서 뭔가 풀을 뜯고 있던 5살박이 단발머리 여자아이가 떠오른다고 했다.
그 아이는 미국 어디론가 입양을 갔다고 한다. 지금쯤은 아마 한 가정에서 잘 상고있으리라는 희망과 기원만 할뿐,
그러나 친구는 여전히 마음 한구석엔 잔디풀과 단발머리와 함께 늘 그 아이가 생각난다고 했다. 혹시 나중에 아주 많이 커서 잃어버린 자신을 찾으러 온다면?
해마다 줄어들지 않는 영아 임시보호소의 아이들. 이 아이들이 직원들에 의해 보호되고 양육되면서 입양 가정을 찾아가는데, 아이들 모두가 항상 따뜻한 가정의 품으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 본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열린 가슴으로 조그마한 관심과 사랑만 있으면 넘치도록 충분할 걸로 본다. 아기의 입양과 위탁에서부터 몸으로 아가들과 부딪치는 봉사도 있을 수 있고 금전이나 물품으로 후원할 수도 있다.
그리고 우리 사회에 영원히 베이비박스가 사라지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 보았다.
친구와 헤어져 그곳을 나올때 아가들의 눈은 나에게서 떨어지지 않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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