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입양에 휘말린 한 女兒의 불안한 앞날>(종합)

6월 국외입양된 신생아 둘러싸고 美서 소송 진행 입양과정서 실정법 무시…법원 판결에 운명 갈려

 연합뉴스|입력2012.12.11 18:11

 

6월 국외입양된 신생아 둘러싸고 美서 소송 진행

입양과정서 실정법 무시…법원 판결에 운명 갈려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엄마 품에서 행복하게 자라야 할 생후 6개월짜리 한국 국적 영아의 앞날이 실정법에 어긋난 국외입양 탓에 극도로 불투명한 처지에 놓였다.

한국에서 미혼모의 딸로 태어난 아이는 국내법 절차를 따르지 않고 진행된 입양 때문에 미국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양부모로부터 격리됐고, 지금은 양국 정부가 관여된 송사에 휘말렸다.

이 아이가 모국인 한국에 다시 돌아올지 아니면 양부모에게 정식으로 입양될지는 미국에서 진행되는 소송 결과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어떤 결론이 나든 친모와 양부모, 아이 모두에게는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상처로 남을 게 자명하다.

◇스무 살 미혼모인 친모와의 이별 = 11일 보건복지부와 입양인단체 등에 따르면 지난 6월28일 미국인 D씨 부부는 경남 통영에서 태어난 신생아 1명을 품에 안고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D씨 부부의 품에 안겨 미국에 간 아이는 생후 불과 18일 된 국내 미혼모의 딸.

이미 딸을 한 명 낳아 기르면서 미혼모자 공동생활시설에서 생활하던 스무 살 엄마는 혼자서 2명의 아이를 감당할 수 없다고 판단, 뱃속의 둘째 아이에 대한 권리를 시설장에게 위임했다.

시설장은 새로 태어날 아이를 입양시키기 위해 수소문했고 미국 시카고에 거주하는 D씨 부부가 아이를 키우겠다고 나섰다.

아이의 친모는 자신이 아이를 키우는 것보다 부유한 양부모에게 보내는 게 낫겠다는 생각에 친권을 포기한다는 각서를 썼으며 국내 변호사의 자문을 받았다는 양부모는 아무런 제지도 받지 않은 채 아이를 데리고 출국했다.

◇미국 공항서 제동 걸린 입양 = 순탄하게 진행될 줄 알았던 입양은 미국 공항의 출입국 심사대에서 제동이 걸렸다.

국토안보부는 입양을 통한 이민 비자(IR3) 없이 비자면제프로그램(VWP)으로 입국한 아이를 입양하려는 양부모에게 문제가 있다고 봤다. 아이가 갓난아기인 점을 감안, 일단 입국을 허용했으나 입국 뒤 아이를 양부모로부터 격리했다.

그러자 D씨는 국토안보부 장관을 상대로 아이를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후견인을 자처하는 양부모에게 아이를 돌려주라고 명령했다.

하지만, 이것으로 끝은 아니었으며 아이의 입양을 둘러싼 송사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소송 과정에서 미 정부가 D씨 부부의 의심스러운 입양 추진 사실을 한국 정부에 통보했고 한국 정부는 이를 불법입양으로 규정, 본격적인 대응에 나선 것.

한국 정부는 10일(현지시각) 미 일리노이 북부연방지법에서 열린 사건 심리에서 이번 입양이 한국의 실정법을 무시한 채 불법적으로 진행됐기 때문에 아이가 한국으로 돌려보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한국 정부는 D씨 부부와 미 국토안보부 사이의 소송과는 별도로 양부모의 양육권을 인정한 미국 법원에 양육권 무효화 소송을 제기하는 등 이 아이를 국내로 다시 데려오고자 애쓰고 있다.

◇어설픈 중개인이 초래한 불법 입양 = D씨 부부의 입양 추진에 제동이 걸린 데는 어설픈 국내 변호사의 부실한 자문이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D씨 부부는 국내 변호사의 자문 아래 입양절차를 무시한 채 아이 친모의 친권포기 각서만 받은 뒤 곧바로 아이를 데리고 미국으로 갔다.

지난 8월 시행된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은 가정법원의 허가 아래 이뤄져야 한다. 입양 심사를 받으려면 친부모는 우선 출생신고를 해 아이를 가족관계등록부에 등재하고, 양부모는 가정법원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이번 건의 경우 아이가 출국한 시점이 6월인 점을 고려하면 입양특례법의 적용을 받지는 않지만, 아이의 입양과정이 불법으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다.

기존의 입양법에서도 요보호아동(부모를 포함한 보호자가 죽거나 행방불명되면서 보호와 양육을 받지 못하는 18세 미만의 아동)의 입양은 허가된 입양기관을 통해서만 이뤄지도록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은 D씨 부부의 입양 추진은 더욱이 "국외 입양에 앞서 국내 입양을 우선 추진한다"는 한국 정부의 지침에도 반하는 것이다.

물론 입양기관을 통하지 않는 민법상 입양도 가능하나 이 경우에도 피입양아는 IR3 비자를 받아야만 미국에 입국할 수 있다.

보건복지부 이경은 아동복지정책과장은 "D씨 부부는 공인된 입양기관을 통해 양부모를 검증하는 우리 법규정을 무시한 사례"라고 지적했다.

한 입양기관 관계자도 "민법상 입양은 내년 7월 법원 허가제로 바뀌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친부모와 양부모 사이 합의만으로도 국외입양이 가능하다"면서도 "그러나 이 경우도 미국 시민권자에게 입양될 고아에게 발급되는 IR3(개인 간 입양), IR4(입양기관을 통한 입양) 비자가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결국, 입양을 중개한 미혼모자 보호시설 원장은 당국에 의해 형사 고발됐으며 정부는 D씨 부부에게 엉터리 자문을 한 변호사에 대해서는 대한변호사협회에 징계를 요청한 상태다.

◇귀국이냐 입양이냐…아이의 미래는? = 아이의 후견인을 자처하는 D씨 부부와 아이의 입양과정을 문제 삼은 미 정부 사이의 소송 결과에 따라 아이의 미래는 확연히 바뀔 수 있다.

한국 정부는 D씨 부부가 국내 실정법을 어겼기 때문에 아이를 다시 한국으로 데려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정부는 미 법원이 아이의 송환 결정을 내리면 아이와 친모와의 재결합을 시도하고 여의치 않을 경우 국내입양을 우선 추진한다는 계획.

만일 미 법원이 D씨 부부의 입양 요청을 받아들이게 되면 아이는 부유한 양부모 밑에서 성장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변호사의 엉터리 자문만 듣고 국내 실정법을 어긴 양부모의 죄를 묻지 못할망정 불법적으로 입양된 아이조차 찾아오지 못한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들끓을 가능성이 크다.

아무런 연고가 없는 외국인을 동반한 미성년자의 출국을 제지하지 못한 우리의 허술한 출입국 관리 체계에도 비난의 화살이 쏟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미성년 아동이 단독 또는 다른 성인과 동반출국하는 사례가 빈번한 상황에서 모든 미성년자에 대해 불법입양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를 도입하면 출국심사 지연 및 대규모 민원 발생 가능성이 있다"고 해명했다.

법무부는 이어 "지난달 말 국회가 헤이그 국제아동탈취협약 이행에 관한 법률을 처리했고 정부가 협약 비준 준비작업을 하고 있다. 관련법이 마련되기 전이라도 관련부처가 입양의 적법성을 확인할 수 있는 제도적 방안을 제시하면, 유사사례를 막기 위한 출국심사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덧붙였다.

국외입양인 보호단체인 뿌리의 집 원장 김도현 목사는 "미 법원이 양부모에게 아기를 입양하도록 판결한다면 자국민을 지키지 못했다는 점에서 한국 정부가 위엄을 상실하는 것은 물론 우리 주권도 심한 손상을 입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kong7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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