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민권 얻지 못한 입양인 수천명 이를 듯"
정부, 실태조사 후 美 정부와 구제방안 협의 추진
(서울=연합뉴스) 기획취재팀 =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한 주말 드라마에는 미국으로 입양됐다가 30여년만에 고국에 돌아온 국제 입양인이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이 주인공은 어릴 적 미국의 한국계 양부모에게 입양된 뒤 명문 의대를 졸업하고 의사가 돼 한국에 들어와 가정을 이루고 극적으로 친부모와 재회한다.
이 주인공의 삶은 "아동은 완전하고 조화로운 인격 계발을 위해 가정환경, 행복과 사랑, 이해가 보장된 환경에서 성장해야 한다. (중략) 국제 입양은 출생국에서 좋은 가정을 갖지 못한 아이에게 영구적인 가족의 장점을 제공할 수 있다"는 헤이그 국제아동입양협약 전문에 꼭 들어맞는 모범적인 입양 사례다.
신호범(77·미국명 폴 신) 미국 워싱턴 주(州) 상원 부의장, 플뢰르 펠르랭(38·한국명 김종숙)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부 장관, 장 뱅상 플라세 프랑스 상원의원 등도 성장배경은 각자 다르지만 입양된 나라에서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나 이런 성공 스토리 이면에는 입양된 이후 더 큰 상처와 고통 속에 살아가는 국제 입양인들이 적지 않다.
낯선 환경과 생소한 외모의 사람들 틈에서 차별을 받고 친부모와 고국에 대한 그리움을 안은 채 살아가는 다수의 수전 브링크들이 존재하는 것.
특히 입양과 국적 취득 절차가 별도로 진행되는 미국에서는 양부모의 무관심 등으로 말미암아 시민권을 얻지 못한 채 불안한 신분을 유지하고 있는 입양인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0일 보건복지부와 국외입양보호 단체인 뿌리의 집 등에 따르면 미국에 입양된 사람들 가운데 2만3천여명의 현지 국적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고 있다. 이는 한국전쟁 이후 지난 60년 동안 미국에 보내진 입양인(11만여명)의 약 20%에 해당하는 수치다.
국적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다.
현지 입양기관, 또는 국내 입양기관이 입양인의 국적 취득 사실을 제대로 통보해주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인 것으로 보인다. 입양기관이 아이를 미국에 보내고 나서 사후 관리를 전혀 하지 않은 셈이다.
또 양부모의 무관심 등으로 현지에서 국적 취득 절차를 밟지 못한 채 살아가는 경우도 적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뿌리의 집을 운영하는 김도현 목사는 "국적 취득 여부가 확인되지 않은 2만3천여명 가운데 대다수는 입양기관의 부실한 사후관리 탓에 우리 정부에 국적 취득 사실이 통보되지 않은 경우이겠지만, 실제로 미국 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입양인도 수천명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불우하게 살다가 범죄 등에 연루돼 한국으로 추방당하는 입양인들이 적지 않다.
지난 8월 서울 강남에서 대낮에 은행을 털다 검거된 A(39)씨는 1살 때 미국에 입양됐으나 양부모가 사망하면서 엇나가기 시작해 범죄의 세계로 빠져들었다. 결국, 마약과 폭력 등 범죄에 연루돼 검거된 그는 미국에서 7년간 복역한 뒤 한국으로 추방됐다.
또 양부모의 학대 속에 고통받다가 미군에 입대했던 B(42)씨도 마약 범죄에 연루돼 검거됐다가 미국 국적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밝혀져 지난 2009년 추방됐다. 현재 그는 외국인이 주로 찾는 이태원의 한 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살다가 추방당하는, 또다시 버려지는 아픔을 겪는 사례가 최근 심심찮게 나타나고 있다.
뿌리의 집의 김 목사는 "국적을 취득하지 못한 채 살다가 추방되거나 한국에 돌아온 입양인은 내가 아는 사례만 10명이 넘는다"며 "추방 사실이 알려질 경우 받게 될 불이익을 우려해 이를 주변에 알리지 않고 한국에서 조용히 살아가는 경우는 더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이들은 언어, 문화적 장벽 때문에 모국 한국에서도 정착하는 데 적잖은 어려움을 겪기도 하고, 때로는 말소됐던 주민등록을 살려내느라 진땀을 빼기도 한다.
정부는 11만여명에 달하는 미국 입양인을 대상으로 국적 취득 여부에 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으며, 그 결과를 토대로 국적 미취득자 구제 문제를 미 정부와 협의한다는 계획이다.
<저작권자(c)연합뉴스. 무단전재-재배포금지.>2012/10/10 07:29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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