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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이 주신 생명, 왜 죽이고 버리나”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0-02-17   /   Hit. 2986
[신앙] “하나님이 주신 생명, 왜 죽이고 버리나”
 
     

2010-02-17 

 
       
이종락 목사·정병옥 사모
장애아 13명 자식으로 품은 주사랑장애인공동체교회 이종락 목사·정병옥 사모
 

아기 버리는 곳이 있다?

서울 관악구 난곡동 646-151번지, 가파른 길을 한참 오르다보니 어느 2층집 대문에 ‘베이비 박스/아기 넣는 곳’이라는 팻말이 붙어있다. 도대체 무슨 이유로 아기를 버린단 말인가. 팻말을 따라가 보니 정말 건물 내벽과 외벽을 뚫어 만든 `베이비 박스가 있다. 알루미늄 문을 열자 그 안의 작은 공간에 이불이 깔려 있고 따뜻한 불빛의 전등이 켜진다.

주사랑장애인공동체교회라는 간판이 붙어있는 이 집으로 들어서니 커다란 신발장을 가득 채운 크고 작은 신발들. 모두 이 집 식구들의 신발일까. 의문을 안고 2층으로 올라가는데 담임인 이종락 목사(57)와 마주쳤다. 이 목사를 통해 `베이비 박스를 설치한 이유와 신발장을 가득 메운 신발들의 이유를 들을 수 있었다.

“3년 전 누군가 갓난 아이를 굴비상자 안에 넣어 우리 집 앞에 버렸어요. 상자를 열어보니 자신의 처지를 모른 채 아이는 너무도 평화롭게 자고 있는 거예요. 더 이상 버려져 위기에 처하는 아이들이 없도록 `베이비 박스를 만들었습니다.”

이 목사는 지난해 12월 그동안 생각해 오던 `베이비 박스를 손수 제작해 설치했다. `베이비 박스는  체코 프라하에서 시작되어 이미 유럽에서는 보편화 되었지만 우리나라로서는 생소하다. 하지만 이 목사는 한 해 낙태가 공식적으로 34만 건에 이르러 낙태율이 OECD 국가 1위인 현실에서 이제야 `베이비 박스를 설치한 것은 한참 늦은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목사의 집에는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버려질 위기에 처했던 아이 13명이 이 목사와 정병옥 사모(57)의 자녀로 가족이 되어 함께 살고 있고, 아이들은 모두 장애를 안고 있다.

2층 방문을 열자 “애기 추워요 문 닫아요”하며 면박을 준다. 살짝 들여다보니 보름 전쯤 공동체에 들어온 신생아인 희망이가 목욕하는 중이다. 살며시 웃는 듯한 입술에 볼에 뽀송뽀송 살이 오른 희망이는 요즘 공동체의 스타로 급부상 중이다. 출산 과정에서 엄마가 힘이 달려 아기에게 산소가 공급되지 못해 뇌성마비를 갖게 됐고 곧바로 이곳으로 이송돼왔다.

현재까지는 장애로 인해 버려지는 아이들을 산부인과의 의뢰로 공동체로 데려왔지만 이 목사 부부는 장애가 아니어도 버려지는 아이들이 늘어나는 현실을 접하면서 보다 적극적으로 유기되는 아기를 살리는 일에 나서기 위해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게 됐다. `베이비 박스 안에 아이를 넣으면 안에서 벨이 울리고 30초 안에 구조된다.

장애아 13명 기르는 부모 마음

“임신하는 순간부터 이미 나와 같은 사람이 뱃속에 있는 것입니다. 그 사람이 살 가치가 있느냐 없느냐는 것을 부모가 인위적으로 판단하고 생명을 좌우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 되지요.”

이 목사 부부에게 버려지는 아이들에 대한 남다른 사랑이 자리 잡은 것은 둘째 아들인 은만 씨(24)를 키우면서였다. 얼굴에 머리보다 더 큰 혹을 달고 나온 은만 씨는 혹 제거 수술 후 파상풍에 걸렸고 뇌세포가 죽으면서 전신마비 장애를 입게 됐다. 그렇게 병상에 누워 산 세월이 24년이다. 아들을 돌보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들은 장애 아이들을 품는 사역을 10여 년 째 해 왔다.

이 목사 부부가 처음 장애아와 인연을 맺은 것은 99년 이 목사가 잘나가던 판촉 사업을 접고 신학공부를 마치고 목사안수를 받은 해였다. 아들 은만 씨의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는데 매일 아침 예배드리며 아들을 지극정성으로 돌보는 모습이 주변에 귀감이 되어 예배시간에 사람들이 모이고 기도를 요청하는 경우가 늘었다. 그런데 어느 날 팔순을 넘긴 한 할머니가 이 목사를 찾아왔다. 자신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 장애로 병상에 누워있는 8살짜리 손녀딸을 맡아달라는 거였다.

“아들 하나 돌보는 것도 온 가족이 매달려야 하는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손녀딸 맡아주면 예수 믿을 게요 하는 거예요. 생명 구하는 일을 최우선으로 해야 할 목사가 그 말을 듣고 도저히 외면할 수가 없었죠.”

그런데 그것이 시작이었다. 이 목사 부부가 장애아를 돌봐준다는 소식을 듣고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장애로 버려지면 이 목사에게 연락을 해오는 것이었다. 장애를 입었다는 이유로 아이가 버려지고 죽어가는 현실이 너무도 가슴 아파 아이들을 받다 보니 어느덧 13명, 심각한 장애로 이 목사 품에서 하늘나라로 간 아이들도 적지 않다.

장애인도 행복한 세상 만든다

오후 5시쯤 가까워지니 문이 열리고 `아빠∼하며 아이들이 달려와 이 목사 품에 파고든다. 학교나 유치원에서 돌아오는 것이다. 태권도복을 입고 씩씩하게 들어온 9살 루리는 학교에서 배운 `외투로 공 만들기를 보여주며 뿌듯해 한다. 이어 7살 주은이, 6살 믿음이, 4살 평강이… 줄줄이 짤랑짤랑 가방을 흔들며 하루 일과를 고하느라 입이 바쁜 아이들. 뇌성마비, 다운증후군, 지체장애 등 다양한 장애를 안고 있지만 생기 넘치고 밝게 자신을 표현하는 모습은 여느 아이들과 다름없다.

이 목사 부부의 육아 지론은 반드시 공부를 시킨다는 것이다. “학교에 아이들을 데려갔는데 또래 아이들과 어울리면서 너무 좋아하는 거예요. 집에서 느끼는 기쁨과 다른 부분이 있는 것을 보고 입학이 안 된다는 것을 장학사와 싸워서 억지로 입학시켰어요. 학교에서 친구들과 놀고 어울리고 배우니 굉장히 좋아합니다.”

현재 막내만 빼고 12명이 교육을 받고 있다. 이 목사 부부가 교육을 중히 여기는 이유는 또 있다. “아이들을 성공시켜서 장애인들도 행복하게 사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모습을 만천하에 보여주고 싶다”는 것이다. 그래서 장애라는 이유로 버려지고 죽어가는 일이 더 이상 이 땅에서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에서다.

지금까지 이 목사 부부는 고난의 세월을 무수히 넘어야 했다. 아니, 지금도 넘고 있다. 하지만 이 목사는 오히려 고난은 날마다 주님께 더 가까이 다가가는 통로가 된다고 말한다.

“고난 없이는 주님을 만날 수 없습니다. 고난이 큰 파도 같고 넘지 못할 산 같지만 주님이 함께하시고 붙들어주시면 그 길이 찬양과 축복, 영혼 만족의 길이 됩니다. 성숙한 자들은 고난에 자원할 수 있습니다.”


낙태 막으려면…

그래서 한 달에 800여 만원의 생활비를 감당해야 하는 버거운 현실이지만 이 목사의 기도는 날마다 “주의 것 주님께 드리오니 오늘도 사용하여 주옵소서. 나의 힘이 되신 여호와여”를 되뇌이는 것이다. 그리고 `고난에 자원하는 자들의 후원과 봉사에 힘입어 하루하루를 감사로 살아내고 있다.

이 목사는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베이비 박스를 설치했지만 혼자만의 힘으로는 역부족, 전국에 20개를 설치하기 위해 자원하는 곳을 기다리고 있다. `베이비 박스에 들어오는 아이들을 그 곳에서 돌볼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못한 경우, 주사랑장애인공동체에서 책임지는 방법으로 할 계획이다.

그러나 `베이비 박스는 어디까지나 낙태를 근절시키기 위한 캠페인의 일환이다. 이 목사는 비공식적인 부분까지 하면 한 해 낙태가 150만 건에 이르는 현실에 더 이상 정부가 눈감아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실제적인 청소년 성교육이 이뤄져야 하는 것. 낙태의 35%가 청소년인 사실을 감안한다면 더 이상 방관할 수 없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 임신한 청소년에 대해 위장유학으로 처리해 주고 아이를 낳은 후 학교에 복귀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장애 아동이 태어나서 잘 자랄 수 있는 여건을 만든다면 지금처럼 이들의 인권이 유린되는 일이 줄어들 것이라고 말한다. 이 목사는 이런 일에 먼저 교회가 나서줄 것을 당부했다. 교회에서 `베이비 박스 설치에 협력하고, 주일학교부터 성을 하나님이 주신 선물로 이해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등 낙태 근절 운동에 동참해 달라는 것이다.

이 목사는 낙태에 반대하는 산부인과 의사들의 모임인 프로라이프의사회, 낙태반대운동연합 등 여러 단체와 함께 오는 3월 20일 오후 2시 서울 시청 앞 광장에서 대국민 캠페인을 벌일 계획이다(02-854-4505). 




정찬양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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