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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의 소중한 생명 단 하나라도 버려지지 않는 나라 되었으면…”-Weekly 서울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3-01-31   /   Hit. 2679
 
 
“우리 모두의 소중한 생명 단 하나라도 버려지지 않는 나라 되었으면…”
<만나봅시다> 버려진 아이들 거두는 ‘베이비박스’ 이종락 목사
 

“베이비박스를 열면 초인종이 울려요. 초인종 소리를 듣자마자 문 밖으로 나갔어요. 아이 엄마가 미처 도망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서 있더라고요. 박스에 담긴 아이를 보는 순간 저도 아이 엄마도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베이비박스 1호’ 아이를 들일 당시를 회상하는 이종락 목사의 눈가가 촉촉해졌다. 이 목사는 그동안 버려진 아이들을 많이 키워왔지만, 막상 박스에 담긴 아이를 보자 만감이 교차했다고 한다. 아이를 낳고 키워본 이들이라면 어떤 심정인지 알리라. 박스 옆에 적힌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라’(시 27편 10절)는 성경 구절이 작은 위로가 될 뿐이다.
태어나자마자 버려지는 아이들이 매년 늘어나고 있다. 유기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이 있는 것도 아니다. 영유아 유기가 사회적 문제로 부각된 지는 이미 오래. 버려지는 아이들은 목숨을 잃는 등 극한의 위험에 처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이종락 목사는 서울 관악구 난곡동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공동체집)를 이끌며 이렇듯 유기되는 영유아들을 거두고 있다. 이 목사는 매스컴을 통해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현실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이 소중한 생명들을 살릴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3년여 전 ‘부모가 아이를 안전하게 두고 갈 수 있는 장소’를 생각해냈다. 그렇게 탄생된 것이 공동체집 벽면에 설치된 ‘베이비박스’다.



적막을 깨는 초인종 소리…

베이비박스가 처음 설치된 건 2009년 12월. 박스에 아이를 넣으면 곧바로 초인종이 울려 공동체집 식구들이 바로 알고 나가 아이를 데려올 수 있게 했다. 때론 이른 새벽에 울리는 요란한 초인종 소리 때문에 새벽잠을 설치기도 한다. 특히 겨울철은 아이를 장기간 유기해둘 시 저체온증으로 사망할 수도 있기에 시급을 다툰다. 다행히 아직까지는 초인종 소리를 듣지 못해 불상사가 벌어진 경우는 없다. 2010년 3월부터 지금까지 125명의 아이들이 이 박스를 통해 공동체집으로 들어왔고, 일부를 제외하고는 보호시설 등으로 옮겨졌다.

“각종 매스컴을 통해 아이들이 죽어나가는 것을 보면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만들었어요. 철제 가공하는 친구를 불러 설치했죠. 그렇게 해놓아도 한동안 아이들이 들어오지 않았어요. 베이비박스의 존재가 알려지지 않은 상황이었죠. 어느 날 모 언론사 직원들이 이곳에 봉사를 왔다가 베이비박스의 존재를 알고 기사화 했어요. 기사가 나가니까 다른 언론들이 앞 다퉈 보도를 해줬어요. 그러면서 널리 알려졌죠.”

주로 어두운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아이가 들어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베이비박스 1호는 그런 예상을 깨고 벌건 대낮에 초인종 소리가 울렸다.

“처음 들어온 아이는 오후 2시 40분에 들어왔어요. 초인종 소리를 듣고 나갔다가 한 여자를 마주쳤는데 처음엔 지나가던 사람인 줄 알았어요. 궁금해서 열어본 건줄 알았죠. 그런데 아이 엄마더라고요. 아이 엄마가 미처 자리를 뜨지 못한 상황이었죠. 저와 아이 엄마 둘 다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어요.”



대부분 아이를 두고 가는 부모는 급히 사라지기 마련. 때론 이 목사가 나오길 기다리는 부모도 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이를 키워보라고 설득도 해보지만 베이비박스 앞에 선 대부분 부모의 마음은 이미 굳혀진 상태다.

“아이를 넣은 뒤 자리를 피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어요. 왜 아이를 이렇게 놓고 가려 하느냐, 데려가서 키워야 한다고 설득도 하는데…. 하지만 아이의 부모는 이미 포기하고 온 처지이기에 어떤 설득도 먹혀들지 않아요. 마음을 굳게 먹고 마지막으로 베이비박스를 찾아서 온 경우가 대부분이니까요. 베이비박스에 두고 갔다가 형편이 풀려 다시 아이를 데리러 온 부모들도 있어요. 지금까지 무려 15명이나 되죠.”

이 목사가 처음 베이비박스를 생각해낸 건 2007년의 일이다. 그해 봄 누군가가 아이를 공동체집 앞에 버리고 간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새벽 3시, 한 통의 전화가 이 목사를 깨웠고 그는 황급히 대문 앞으로 나갔다.

“전화를 받았더니 아이를 집 앞에 두고 간 엄마였어요. 죄송한데 키워달라고 하더라고요. 새벽 3시가 조금 안돼서 아이를 두고 간 것이었어요. 뜸을 들이다가 전화를 한 거죠. 가끔 대문 앞에 버리거나 동네 주차장에 버리고 가는 경우가 있는데, 그해 봄은 워낙 추워서 당황했죠. 전화를 끊자마자 나갔더니 종이박스 안에 아이가 있더라고요. 아이는 이미 저체온증에 걸린 상태였죠. 그 아이를 안았는데 섬뜩하더라고요. 죽었으면 어쩌나 싶어…. 이후 문 앞에 작은 냉장고를 놓을까, 인큐베이터를 놓아볼까 고민에 빠졌죠. 여러 가지 생각을 했어요.”



1년 후 이 목사는 신문을 통해 베이비박스의 존재를 알게 된다.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를 만들어 안전하게 아이를 거두고 있다는 기사였다.

“바로 이거다 싶었죠. 제가 생각한 것이랑 거의 같았거든요. 그래서 신문사를 통해 번호를 알아내 체코에 전화를 했어요. 도면을 그려줄 수 있느냐고도 묻고, 이메일을 통해 6개월간 베이비박스 설계와 관련한 질문들을 보냈는데 답이 없더라고요. 그런 가운데도 이 땅의 소중한 생명들은 자꾸 길거리에서 죽어가고…. 마음이 조급해지면서 저 때문에 아이들이 희생되는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들었죠. 그래서 서둘러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 제작하게 된 겁니다.”

2010년 4월 이전에 들어온 아이들은 현재 공동체집에서 자라고 있다. 그해 4월부터 베이비박스에 들어온 대부분의 아이들은 보호시설로 옮기고 있다. 공동체집은 보호시설로 분류되지 않는 미신고시설인데다, 해당관청이 이 목사가 유기를 조장한다며 통제에 나섰기 때문이다.

“이건 조장도 아니고 불법도 아닙니다. 제가 제 집에 아이들의 생명 보호하자고 만들었는데, 당신들이 무슨 이유로 철거하려고 하느냐고 따졌죠. 그렇다고 태어나자마자 죽어가는 아이들에 대한 특별한 대안이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지금까지 뉴스에 나오면 것만 봐도 그래요. 문제가 심각한데도, 잠깐 보도됐다가 묻혀버리기 일쑤잖아요. 저는 구청에 분명히 말했습니다. 절대 베이비박스를 없앨 수 없다고. 나중에 데려가서 입양을 하던 뭘 하던 베이비박스는 막 태어난 아이들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최소한의 안전장치라고 말입니다.”




입양특례법 이후 한달에 10명씩 들어와

베이비박스는 아이를 안전하게 들여오는 하나의 도구에 불과하다. 이 목사는 베이비박스를 마련하기 전부터 유기된 어린아이들을 키워왔다. 태어나자마자 보호받지 못하고 부모로부터 버려진 아이들이 공동체집에 들어왔다. 가정이 파괴되면서 부모 모두 맡지 않으려고 하는 아이부터 장애를 가진 아이까지 다양한 아이들이 이 목사에게 왔다. 그에게도 태어나면서부터 뇌병변으로 사지가 마비된 아들이 있다. 이 목사가 아이들을 공동체집에 받기 시작한건 자신의 아들과 관련된 15년 전의 한 사건에서 비롯되었다.

“막내 아이가 27살인데 27년 동안 누워있어요. 장애를 가진 아이죠. 병원 생활만 14년 했습니다. 병원에서 제가 아이를 돌보고 있는데, 어느 날은 80대 할머니가 저를 찾아와서 자신의 외손녀가 우리 아이와 처지가 비슷하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제게 자신의 외손녀를 맡아달라고 합디다. 제가 병원에서 제 자식을 돌보는 걸 오랜 시간 봐왔나 보더라고요. 그러면서 저라면 자신의 외손녀를 맡길 수 있겠다고 하더라고요. 할머니 상황을 보니까 외손녀를 키우기에도 여의치 않고 해서 반강제적으로 외손녀를 맡게 됐어요. 이후 병원에서 어떻게 소문이 났는지 또 다른 아이들이 공동체집으로 오기 시작하더라고요. 그러면서 버려진 아이들을 키우는 일이 시작된 거죠.”

이 목사는 최근엔 입양특례법 때문에 고민이 많다. 지난해 8월 특례법이 개정되면서 베이비박스를 찾는 미혼모들도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개정된 특례법은 입양을 신청할 경우 과거 신고제에서 법원 허가제로 바뀌었으며, 입양에 앞서 친부모는 입양아가 추후 자신의 출생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생신고를 해야 한다. 그러나 문제는 대부분 미혼모들이 이를 원치 않고 있다는 점이다. 아이가 나중에 자신을 찾아올 수도 있을 것이고, 그에 대한 두려움과 죄책감 때문이다. 이 때문에 개정된 특례법 시행 이후 베이비박스엔 월 평균 10여명의 아이들이 들어오고 있다.



“기존에는 한 달에 1~2명 들어올까 말까 했어요. 그런데 몇 개월 전부터 한 달에 평균 10여명이 베이비박스로 들어오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특례법이 생긴 줄 알았어요. 박스에 두고 간 편지를 보면 입양특례법 때문에 놓고 간다는 사연이 많더라고요. 그 법이 나쁜 법이 아니라, 실은 좋은 법이예요. 그런데 10대 미혼모와 그 아이들에게 효과적으로 적용될 수는 없어요.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엄마들의 70%가 10대거든요. 현실적으로 재정적으로 완전하게 보호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거죠. 10대만 그런 게 아니에요. 미혼모들과 상담을 많이 하는데, 이 법 때문에 자신의 호적에 아이를 실을 수도 없고, 적극적으로 낙태하거나 버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요. 집을 비유로 들어볼까요. 기초를 잘 세워야 집을 제대로 짓고 또 제대로 살 수 있는데, 겉보기엔 집은 잘 지어진 것 같은데 기초가 약한 겁니다. 안에 들어가서는 도저히 살 수 없는 상황이라는 거죠.”

이 목사는 뱃속에 있는 생명도 살리고 태어난 생명도 살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지금 인터넷으로 불법 거래가 이뤄지고 있어요. 브로커들이 활개치고 있죠. 아이들이 위험해요. 아이를 키우는 데엔 엄청난 비용이 들어요. 다행히 이곳에서 봉사하시는 교인들을 비롯 이쪽저쪽에서 후원금이 마련되고 있어요. 교회 차원에서 다른 곳에도 베이비박스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어요. 일산, 마산, 강원 홍천에 하나씩 세울 계획입니다. 이제 교회 차원이 아닌, 이 땅의 소중한 생명들이, 아이들이 하나도 버려지지 않는 나라, 자국민을 사랑하는 정부가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공민재 기자 selfconsol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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