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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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박스는 아동 인권 원칙에 맞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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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육 못 받을 아기 생명 구하려 여기에 데려 놓으라는 상자… 그러나 유엔아동권리협약 위배
친부모와 관계 유지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할 의무 있기 때문… 유기 방지, 지원과 안전망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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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희 성균관대 교수·前 유엔아동권리위원장
지난겨울 추위에 버려진 아기 소식이 연이어 전해지며 베이비 박스에 대한 논란이 제기됐다. 친부모(親父母)의 사정상 아기를 양육하지 못할 때 아기의 생명에 위협이 되는 선택을 막겠다며 어느 교회에서 2009년에 베이비 박스를 설치했다. 이것으로 귀중한 생명을 구할 수 있었지만 유기 조장이냐, 아기 보호냐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이어져왔고, 작년 8월 입양특례법이 시행되며 논란이 더 커졌다.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신고제였던 입양 제도를 법원 허가제로 바꾸면서 아동 중심 입양 제도로 전환됐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개정된 법이 오히려 영아 유기를 늘린다는 주장과 출생신고가 의무화돼 미혼모의 출산 사실이 가족관계등록부에 남을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에 영아 유기를 선택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유엔아동권리협약의 이행을 감독하는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위원장직을 오랫동안 수행하며 다양한 아동 관련 문제를 접했다. 이 협약은 1989년 유엔에서 만장일치로 채택된 국제 협약으로 우리나라를 포함한 193개국이 비준한 범세계적 인권 협약이다. 최근 여러 나라에서 떠오르고 있는 베이비 박스 문제는 아동 인권적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이미 체코 등 유럽 국가에서 운영되는 베이비 박스에 대해 유엔아동권리위원회는 운영을 중단하라고 강하게 권고한 바 있다. 유엔아동권리협약에 명시된 아동의 권리를 침해하고 영아 유기에 이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동권리협약 제7조는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하고, 가능한 한 자기 부모를 알고 부모에게 양육받을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아동의 부모가 누군지 알 수 없는 베이비 박스의 익명성은 이를 위배한다. 또 베이비 박스에서 발견된 아동이 그들의 뿌리(태생)에 대한 정보를 얻을 합당한 방법이 없다는 것 역시 자기들의 정체성을 가질 권리를 규정하고 있는 협약 제8조 1항의 내용과 위배된다.
때로는 아동이 친부모와 분리되는 일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이 친부모와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할 권리를 국가가 보장해줄 의무가 있음을 강조한다. 이러한 관점에서 베이비박스는 친부모 접촉을 보장할 수 없으므로 협약에 위배된다고 볼 수 있다. 또 자격 있는 관계 당국이 각 사례의 특성을 고려해 아동이 친부모와 개인적인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아동의 최상 이익 원칙에 부합하는지 검토해야 하는데 베이비 박스는 여기 명시된, 부모와 분리가 필요한 특별한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다.
또 협약 당사국은 아동을 모든 형태의 학대·폭력·방임·유기, 태만한 처우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적절한 입법·행정·사회·교육적 조치를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아무리 베이비 박스의 의도가 좋다고 하더라도 아동을 친부모로부터 분리하거나 방임을 조장할 수 있는 베이비 박스는 이 원칙에도 위배된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베이비 박스 자체보다 영아 유기다. 베이비 박스나 이와 비슷한 방법은 오히려 경제적·심리적 어려움을 겪는 부모에게 잘못된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으며 근본적이고 장기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다. 영아 유기 방지를 위한 우리의 우선 과제는 책임감 있는 선택과 올바른 성문화를 형성할 수 있도록 충분한 교육과 정보, 지원 방안 등을 제공하는 것이다. 그리고 미혼부모의 사생활 보호만큼 아동이 훗날 자기 뿌리를 찾고자 할 때의 대책도 중요하다. 모든 아동의 생존권이 존중되고 가능한 한 친부모가 아이를 양육할 수 있는 지원 정책과 사회 안전망, 인식 개선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아동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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