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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신고냐 등록이냐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3-04-03   /   Hit. 2658
[조선데스크] 출생 신고냐 등록이냐
신동흔 여론독자부 차장
입력 : 2013.04.03 22:55

 

신동흔 여론독자부 차장
 

플뢰르 펠르랭 프랑스 중소기업혁신디지털경제부 장관이 지난 26~27일 서울에서 열린 아시안리더십콘퍼런스에 참석하고 돌아갔다. 방한 기간 내내 그녀의 모습은 돋보였다. 한국인의 외모를 가졌지만 한국어를 한마디도 못하는 프랑스인…. 그녀를 볼 때마다 서울 난곡의 한 주택가 골목에 있다는 베이비 박스가 계속 눈앞에 어른거렸다.

요즘 이곳에는 한 달 평균 20명 가까운 아이들이 버려진다. 부모 이름도 얼굴도 모른 채 맡겨지는 아이들이다. 나중에 이 아이들이 펠르렝처럼 프랑스 국적을 갖게 될지, 토비 도슨처럼 미국 국적을 갖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없는 살림에 입 하나 줄이자고 자식을 입양 보내던 시절도 아니고, 지금 이들에겐 출산을 은폐하고 싶은 미혼의 부모와 그 가족만 있을 뿐이다. 나라가 이 아이들의 국적을 지켜줄 수는 없을까. 요즘 한국 국적이 갖는 무게는 우리가 해외 입양아 수출국이던 시절에 비해 확연히 달라졌다. 귀화 신청자는 매년 늘고 있고, 건강보험과 의무교육, 양육수당 등 혜택을 받기 위해 자기 아이를 가짜 한국인 부모 호적에 올리는 외국인 노동자들까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작년 8월 입양특례법을 바꾸었다. 바뀐 법에선 모든 아이를 일단 친부모의 가족관계부에 올린 후, 다시 친권 포기 절차를 거쳐서 입양토록 했다. 이렇게 해서 무분별한 입양도 막고, 입양아가 나중에 자신의 뿌리도 쉽게 찾을 수 있게 한다는 취지다. 그런데 부작용이 발생했다. 법 발효 직후부터 출산 사실을 숨기고 싶은 미혼모들이 아이를 그냥 버리는 사례가 이어졌다. 한 달 한두 명에 불과했던 베이비 박스 유기 아동이 최근 20명 가까이 늘어난 것도 이 때문이다.

출생신고제인 우리나라에선 부모가 신고를 하지 않으면 행정 관청에서 아이의 출생 사실을 알기 힘들다. 반면, 미국이나 영국 등은 출생등록제를 택하고 있다. 영국은 의료 기관에서 36시간 내에 관계 당국에 출생 사실을 알려야 하고, 어떤 병원에는 등록 부스까지 마련돼 있다. 미국은 주마다 차이가 있지만 입원실로 등록 담당 직원이 찾아오기도 한다. 신고 서류가 제출 기관에 도착하면 신고 의무가 이행된 것으로 보는 우리나라에 비해 훨씬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UN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즉시 등록돼야 하고, 이름과 국적을 가져야 하며, 가능한 한 부모가 누구인지 알고 부모에 의해 양육받아야 한다(7조)고 규정하고 있다. 부모에 의한 양육 권리보다 국적 취득권리가 앞선다. 로마 같은 고대 도시국가에서 한 생명의 출생은 시민이 새로 태어난 것이기에 가족뿐 아니라 국가의 경사였다. 저출산이 사회문제인 요즘 우리도 출생 신고제를 등록제로 바꿀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입양특례법의 미비점을 보완하고, 외국인 자녀의 허위 출생신고를 막을 수 있을 것이다. 또 한 사람의 시민도 소홀히 여기지 않는 나라로 국격(國格)도 높일 수 있다. 한국에서 났는데도 남의 나라에 보내져 장관이 되고, 따로따로 해외 입양된 한국 출신 쌍둥이 자매가 극적으로 상봉하는 미담을 그만 들을 때도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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