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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운석 입양인봉사회장 "입양특례법, 해결책 안돼"
(서울=연합뉴스) 조민정 기자 = "상황에 쫓겨 성급히 입양을 결정하지 않고 충분히 고민할 수 있도록 해야 해요. 가족이 함께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입양은 가장 마지막 선택지가 돼야 합니다."
26일 서울 중구 소공동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InKAS) 사무실에서 만난 정운석(네덜란드명 힐브라운트 베스트라·42) 국제입양인연합(UAI) 회장은 "입양을 위해 친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서류를 작성하는 등 기록을 남기도록 하는 내용으로 개정된 입양특례법은 입양 문제의 해결책이 될 수 없다"며 "입양 이외의 선택지를 만드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입양 문제는 아이를 키울 처지가 못되고 아이가 있다는 것을 남들에게 알릴 수 없는 상황에서 출발하는데, 근본적인 해결책 없이 사후 대응책만 내놓았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입양특례법은 양자가 되는 아동의 권익과 복지 증진을 목표로 입양의 요건·절차 등을 정한 법률로, 지난 2011년 개정돼 지난해 8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이 법은 친부모가 출생신고를 하고 입양 동의를 한 후 가정법원에서 입양 허가를 받도록 했다. 이 때문에 입양 사실을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미혼모가 아동을 유기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입양특례법 관련 이야기를 이어가던 그는 가방을 뒤적이더니 작가 조정래 씨가 2009년에 썼던 칼럼을 프린트한 종이를 내밀었다. 거기에 적힌 내용은 다음과 같다.
"우리나라의 고아 수출은 6·25 직후 시작됐다. 단 3년의 전쟁에 300만 명 이상이 죽고 전 국토가 초토화되도록 폭탄을 퍼부어댔으니 고아들이 얼마나 많이 생겼을 것인가. 가엾고 아까운 목숨을 굶겨 죽이느니 외국으로 보내야 했다. 그 눈물겨운 선택은 옳았다. 그러나 오늘날까지 계속되어 온 것은 틀렸다."
이전에는 입양이라는 개념조차 없던 우리나라가 전쟁 이후 여러 이해관계가 얽혀 입양이 활발해졌는데, 사회가 안정을 찾고 나서도 별다른 고민 없이 너무 쉽게 입양을 택하는 것은 문제라는 비판이 이어진다.
그는 한국에서 외국으로 간 입양인 규모를 22만 명가량으로 가정하고 부모와 조부모, 1명의 형제·자매를 고려하면 약 154만 명은 직접적으로 입양과 관련이 있다고 추산했다.
"한국인 25명 가운데 1명은 직계가족 중 입양된 사람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다들 자신은 입양과 관계가 없다고 생각하죠. 입양을 보낼 때도, 입양인이 돌아왔을 때도 무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4살 때 여동생과 함께 네덜란드로 입양된 정 회장은 그를 포함해 3개국에서 온 8명의 입양아가 있는 입양가족에서 자랐다.
그러나 자신이 입양됐다는 사실은 부정하고 싶어 입양, 한국, 아시아 등 자신이 가족이나 친구들과 다르다는 사실을 생각나게 하는 것들은 일부러 피했다.
그러다가 여름캠프 참가차 방문한 미국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미국에 있는 동안 머물게 된 가정도 입양가족이었던 것이다.
"거실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누는데 저도 모르게 굉장히 감정이 북받쳤어요. 거울로 저와 제 가족을 보는 기분이었지요. 이전에는 입양과 관련한 속이야기를 한 적도 없었고, 그런 감정을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말이죠. 제가 아무리 피해도 제 뿌리를 부정할 수는 없다는 걸 알게 됐어요."
네덜란드로 돌아온 이후 지역 입양인 단체를 통해 다른 입양인들로부터 정체성 혼란을 극복하고 인종차별에 대응하는 방법을 배웠다.
성인이 된 뒤에는 네덜란드를 기반으로 한 국제 입양인 단체인 UAI에서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며 해마다 두 차례 정도 한국을 찾아 자원봉사자들이 입양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을 하고 있다.
"한국은 그토록 많은 아이를 외국으로 입양 보내면서도 입양인들이 고국에 돌아올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섣부른 판단으로 입양이 이뤄지는 것을 막는 동시에 훌륭한 교육을 받고 돌아온 입양인들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어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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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mj@yna.co.kr
(끝)
| <저 작 권 자(c)연 합 뉴 스. 무 단 전 재-재 배 포 금 지.> | [2013-04-26 11:53 송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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