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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 해법을 말한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0-05-03   /   Hit. 3256

낙태, 해법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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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멘트>

낙태 시술을 해온 병원의 사무장이 최근 검찰에 구속됐습니다. 정부가 낙태 단속 의지를 강화하면서 시술 가능한 병원을 찾기는 이전보다 분명히 어려워졌는데요. 원치 않는 임신을 한 여성들의 호소는 끊이지 않고, 낙태 찬-반 논란은 날선 대립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 낙태는 그동안 여성들만의 문제로 인식돼 왔습니다.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

법에 따라 단속을 강화한다고 해서 과연 근절될 수 있을까요? 낙태 논란 이후의 현실을 짚어보고, 선진국의 사례들을 통해 그 해법을 알아봤습니다.

<리포트>

지난달 6일, 이 병원 사무장이 불법 낙태 시술을 한 혐의로 구속됐습니다. 최근엔 다른 산부인과 병원들도 낙태에 조심스럽습니다. 임신 5개월째인 여성과 함께 한 병원을 찾았습니다.

<인터뷰> 산부인과 의사 : “안 합니다. 요새는요. 하도 시끄러워서.”

진료실을 나오자 간호사들이 조용히 말을 합니다.

<녹취> 간호사 : "많이 빨리 오셨어야 했어요. 10주는 빼고 (일찍) 오셨으면 가능했을지도..."

불법 인공임신중절을 하는 병원에 대해 고발이 이어지면서 낙태라는 말을 꺼내는 것도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한창 취업 준비에 열중했던 20대 중반의 이 여성, 지금은 취업보다 더 큰 고민이 생겼습니다. 원치 않던 임신을 했기 때문입니다. 남자 친구와 함께 병원을 돌아다녔지만 수술하는 곳을 찾진 못했습니다.

<인터뷰> 김00 임신부(20대·미혼) : "웬만한 병원은 다 다녔어요. 서울, 경기도, 인천 그쪽 수도권 지역은 다 갔다고 보시면 돼요."

김 씨는 집안 사정 때문에 결혼이 어려워 먼저 사회에서 자리 잡기 위해 애를 써왔습니다.취업을 위해 휴학까지 하며 준비한 자격증 시험도 헛고생이 될까 두렵습니다.

<인터뷰> 김00 임신부(20대·미혼) : "피임을 잘 한다고 해도 애가 생길 수 있거든요. 지금 수술을 막고 있는 사람들이 제일 원망스러워요. 솔직히 자신들이 이 일 겪으면 다 뒷돈 주고 수술하잖아요. 결국 피해보는 건 배경 없고 돈 없고 능력을 아직 갖추지도 않은 사람들만 피해를 보는 거니까."

이런 고민은 김 씨 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여성 상담소마다 낙태에 대한 고민을 호소하는 사례가 끊이질 않습니다.

<인터뷰> 김희영(한국여성민우회) : “지금 시술 비용이 지금 400만 원까지 올라간 상태잖아요. 그래서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중국 상하이 어디를 가려고 하는데 알려 달라.”

<인터뷰> 란희(한국여성의전화) : “가정 폭력이 있는 집안인 경우에 이런 가정에서 아이를 낳아 키우는 게 안전하지 않겠고...여성 분이 자살 시도를 하신 거예요. 그 여성의 경우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도로...”

<인터뷰> 두나(한국성폭력상담소) : “기혼이라도 비정규직 여성은 바로 해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서 낙태가 사실 생존과 직결된 문제인데...”

낙태 근절이 선언된 뒤 이런 상담 전화가 전에 비해 다섯 배 정도 늘었습니다. 산부인과 의사가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도 생겨났습니다.

<인터뷰> 두나(한국성폭력상담소) : “이러저러한 이유로 낙태가 절박하신 여성분들이 계신데 자기가 지금 이런 고발조치가 있는 상황에서 해 줄 근거가 도대체 뭐냐...”

이렇게 절박한 사례들이 이어지면서 병원들은 최근 들어 조용히 다시 낙태 시술을 시작했습니다.

취재진은 임신 9주차인 여성과 서울 시내의 산부인과를 찾아갔습니다.

간단한 초음파 검사 뒤 곧바로 시술 예약이 이뤄집니다.

<녹취> 산부인과 의사 : “혈액하고 소변 검사를 하실 거예요. 밤 12시부터 아무 것도 드시면 안 되고, 물도 마시면 안 돼요. (몸은 괜찮은 거에요?) 어차피 다른 선택을 하실 건 없으시잖아요?”

수술비는 70만 원, 절차도 그리 까다롭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보다는 분명히 조심스러운 분위기입니다.

<녹취> 간호사 : “합법적인 게 아니에요. 그래서 저희가 지금 조용히 말씀드리잖아요. 애기 아빠가 꼭 있어야 된다는 게, 이게 합법적이지 않기 때문에 서로 합의가 있어야 할 수 있는 거에요.”

다른 병원, 왜 낙태를 해야 하는지 의사가 한참 묻더니 고민 끝에 한 방법을 알려줍니다.

<녹취> 산부인과 의사 : "강간을 당했는데 지금 바깥 분이 도저히 알면 안 된다든지 그렇게 해서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얘기를 하고 하셔야죠. 그렇게 해야지, 이렇게 솔직히 얘기하면 못 해요."

여성들을 직접 대하는 의사들이 안타까운 상황을 외면하기 어려운 것입니다.

태아의 생명권을 앞세워 낙태 근절을 선언하고, 올해 초 병원 3곳을 불법 낙태혐의로 고발해 유명해진 프로라이프 의사회. 이들도 최근 낙태 시술이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을 알고 있습니다.

<인터뷰> 심상덕(프로라이프 의사회 윤리위원장) : "좀 줄어들긴 했지만, (병원 찾기가) 그 정도 불편한 걸로 낙태를 많이 억제할 순 없어요. 왜냐하면 수술하는 분들이 상당히 나름대로 절박해서 하기 때문에..."

현행법상 강간이나 친족 간 임신 등 5가지 사유를 제외한 모든 낙태가 불법입니다.

현재 우리나라 낙태 시술의 95%가 불법인 셈입니다. 여성계는 태아의 생명권에 앞서 여성의 성적 결정권이 존중돼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또 낙태 금지를 추진하기 전에 미혼모에 대한 충분한 지원책이 마련되고 편견도 사라져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인터뷰> 정춘숙(위원장/한국여성단체연합 인권위원회) : "낙태라는 게 단순히 아이를 낳을 거냐 말 거냐 이런 정도가 아니라, 사실은 사회 구조와 아주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것이기 때문에, 단기적이 아니라 훨씬 포괄적이고 전체적인 시각에서 이 문제를 바라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도 없이 혼자 아이를 낳은 여성은 현실에서 헤쳐 나가야 할 난관이 너무 많습니다.

딸은 다섯 살, 엄마는 27살 미혼모입니다. 남자 친구는 임신 사실을 알고 연락을 끊었습니다.

<인터뷰> 이00(20대 미혼모) : "우리 아이 낳아서 잘 살자 약속까지 했는데 어느 순간 연락을 끊어버리고 피해버리더라구요. 그땐 정말 아이를 지우고 죽자 생각했어요. 산부인과에 지우러 갔는데, 아이 태동 소리를 듣고서 그냥 뛰쳐나왔거든요. 도저히 지울 수가 없었어요."

죄스럽고 부끄러운 마음에 가족들과도 연락을 하지 못한 채 여기저기 떠돌기를 수 년. 1년 전 운 좋게 미혼모를 보살펴 주는 이 모자원에 들어왔지만, 거주기한 3년이 지나면 다시 거리로 나가야 합니다. 그 때를 대비해 주말도 없이 일에 매달리지만 한 달 수입은 100여 만 원 정돕니다. 생활비에 아이 교육비, 각종 공과금 등 여기에 살 곳 마련까지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하기만 합니다.

<인터뷰> 이00(20대 미혼모) : “희망이 없는 것 같아요. 희망이 없어요. 막말로 24시간 어린이 집에 맡기고 밤에 일하는 거라도 할까...”

혹여 딸이 눈치라도 챌까 감정을 억누르지만 삶의 고통을 감출 순 없었습니다.

<인터뷰> 이00(20대 미혼모) : “저는 약 샀었거든요. 약 먹으려고. 아이를 그냥 보냈다면 나 혼자 고생하고 말았을 텐데..내가 괜히 키운다고 마음을 먹었나 싶은 생각이 많이 들었고...정말 많았거든요. 포기하고 싶은 때도 많았는데...”

이제 겨우 17살 고등학생, 한 달 전에 아이를 낳았습니다. 임신 3개월이 될 때까지는 살이 좀 쪘다 싶었을 뿐 임신한 줄도 몰랐고, 막상 사실을 안 뒤에는 상담할 곳조차 찾을 수 없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박00(10대 산부) : “병원 갈 생각을 못 하고 있었어요. 주위에 도움을 청할 만한 사람도 없었어요.“

아이는 입양기관에 맡겼습니다. 혼자서는 도저히 키울 자신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박00(10대 산부) : “여자만 잘못한 것도 아니고 남자도 잘못한 게 있잖아요, 반은. 남자가 연락을 안 해버리면 여자는 아기를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잖아요. 여자 혼자 다 책임을 져야 되니까...”

임신의 책임을 모두 여성에게 떠맡기는 현실, 이러다 보니 여성들의 고민은 클 수밖에 없습니다.

<인터뷰> 김00 임신부(20대·미혼) : “생명은 당연히 소중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지금 굳이 능력이 안 되는데 같이 불행해질 수 있다고도 생각해요. 정부에서 수술을 막는다는 거 자체가 여성한테만 피해를 주는 거 같아요.”

미혼모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도 출산을 꺼리게 만듭니다.

<인터뷰> 박00(10대 산부) :“목욕탕 가도 아줌마들이 대놓고 너 몇 살이냐고, 임신했냐고...시선이 제일 힘들어요. 저도 아빠랑 따로 살아서 학교 다닐 때 등본 같은 거 떼 가면 왜 넌 아빠가 없냐고 애들이 그랬단 말이에요. 애기도 그렇게 겪을 생각을 하니까...”

이러다 보니 심지어 낙태를 반대하는 측도 지금 이 상황에선 낙태 근절을 강제하기 어렵다고 말합니다.

<인터뷰> 심상덕(프로라이프 의사회 윤리위원장) : “산모들에게 가는 혜택이 너무 미비해요. 다른 정책 분야에 비해서. 그래서 산모들이 전반적으로 미혼 여성이든 다산 여성이든 홀대받고 있는 거 때문에, 기본적으로 예산이고 정책이 나오지 않는거다...”

낙태 찬반을 떠나 모두 한 목소리로 강조하는 부분은 예방과 교육입니다. 학교 성교육 강화로 원치 않는 임신을 막자는 겁니다. 하지만 우리의 성교육이 실질적인 효과가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인터뷰> 서진주(대안 성교육 서포터즈) : "전교생을 강당에 모아놓고 앞에 서서 하는 선생님도 계셨고. 한 두 번 정도 하거든요, 연례행사로. 이런 거 물어보시죠.‘성이란 무엇인거 같나요?’다 문자하고 게임하고 안 듣죠."

<인터뷰> 유정재(대안 성교육 서포터즈) : “남자 학생들 모아놓고 남자의 몸만 설명을 하더라구요. 자기 몸은 이미 알고 있는 거고, 반대편의 성은 이해를 못 하니까 반쪽짜리 성교육으로 기억하고 있어요.”

성에 대한 고민은 과거보다 훨씬 일찍 시작되고 내용도 심각합니다.

<인터뷰> 도은경(인구보건복지협회 성교육 전문 강사) : “학교에서 수준급 반장인 아이들도 나와서 상담을 해요. 저 여자친구가 있는데 성관계..학교에서는 감히 상상도 못할 일이죠.“

<인터뷰> 정신숙(인구보건복지협회 청소년사업 팀장) : “너무 감당할 수 없는 상담들이 많이 오는 거에요. 이게 정말 청소년이야? 하는 생각들을 많이 하는 거에요.”

실제 조사 결과 청소년이 처음으로 성관계를 하는 연령은 이제 14.2까지 내려갔습니다. 하지만 피임율은 38%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어른들의 인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습니다. 성교육 자체를 기피하기도 합니다.

<인터뷰> 도은경(인구보건복지협회 성교육 전문 강사) : “피임 교육을 하다가 중간에 쫓겨난 경우도 있어요. 교장 선생님이나 교감 선생님이 다니시다가, 모형 성기같은 거 들고 아이들한테 하는 거 보고 왜 저게 필요하냐...내 몸을 보호하기 위해서 또 상대의 몸을 존중하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게 피임 교육인데...”

청소년의 성에 대한 의식은 나날이 앞서 가는데 예방 교육은 ’무조건 안 된다’에 머무르다 보니, 원치 않는 임신과 낙태는 늘 수밖에 없습니다.

정부는 최근 낙태를 강력하게 단속하는 대신, 만24세 이하 청소년 미혼모에 한해 양육비를 매달 10만 원씩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한 달 10만 원, 홀로 사는 미혼모에게는 턱없이 부족합니다.

<인터뷰>이OO(20대 미혼모) : “되묻고 싶네요. 어떻게 키우라는 건지. 죽으라는 거겠죠. 너 알아서 살아라. 불행하겠죠...저희만큼.“

여기에 의료비 2만 4천 원과 원한다면 검정고시 비용도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반응은 차갑습니다.

<인터뷰> 조선미(아름뜰 원장) : “아이를 키우려면 가장 중요한 게 주거와 교육과 의료적인 서비스가 돼야 되는데 아무 것도 갖춘 게 없어요.“

우리나라 가임여성의 낙태율은 1,000명당 31명 꼴로, OECD 30개국 중 낙태를 불법으로 규정한 몇 안 되는 나라지만 낙태율은 최고 수준입니다. 전체 낙태의 절반을 넘는 58%는 정상적인 가정이 있는 기혼 여성들이었고, 미혼모의 68%는 출산을 원치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앵커 멘트>

독일과 스웨덴에서는 임신 초기 일정기간 동안 임신부들이 원할 경우 낙태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하지만 실제 낙태율은 우리나라의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낙태로 인한 사회적인 논란도 발생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 비결은 무엇인지 현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독일 베를린 북쪽의 한 가정집.

저녁 식사를 마친 가족들이 한 자리에 모였습니다.

로자 로페즈 씨에겐 14살난 딸과 10살난 아들이 있습니다.

엄마는 자녀들과 함께 임신이나 피임과 같은 얘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눕니다.

<녹취> “18살이 넘어서 아기를 낳을지 말지 자신있게 결정할 수 있게 되면 콘돔으로 피임을 해도 되겠지. 아니면 몸 상태를 보고 임신이 되지 않는 날을 골라서 하는 방법도 있어. 여러 방법이 있지.”

‘나중에 크면 다 알게된다’는 식으로 숨기거나 미루지 않고 정확하게 알게 하는 것입니다. 아이들도 궁금한 것은 거침없이 물어봅니다.

<녹취>“여기 봐봐. 여자 생식기야. 여기가 질이야. 여기가 요도야. (여기선 뭐가 나와요?) 아기가 나오지.(뭐라고요? 어떻게 이렇게 조그만 데서 아기가 나와요?) 나오지. 점점 커져서 아기 머리가 나와.”

이처럼 대부분의 독일 학생들은 성에 대한 지식과 생명 윤리를 부모에게 배우며 자라납니다. 성에 대한 얘기 자체를 부끄럽게 여기고 금기시하는 우리나라 가족 문화와는 대조적입니다. 무지에서 비롯된 원치않는 임신과 그로 인한 혼란을 막기 위한 노력이 가정에서 시작되는 것입니다.

<인터뷰> 로자 로페즈(학부모 ) : “자녀들이 궁금한 것을 물어오면 언제나 이렇게 설명해 주려고 해요. 자연스런 일이에요. 창피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제가 어렸을 때는 엄마에게 이런 걸 물어볼 엄두도 못 냈어요. 그 때는 학교에서 친구들에게 물어봤어요.”

우리 나이로 11살, 초등학교 4학년 또래 학생들이 성교육 수업을 받고 있습니다.

독일의 학교에는 성교육 수업이 생물 교과과정에 포함돼 있습니다. 학생들에게 그동안 어떤 내용의 성교육을 받았는지 알아봤습니다.

<녹취>“작년 수업 시간에 여학생들은 남자의 몸을, 남학생들은 여자의 몸을 그렸어요.(맨 뒤에 있는 친구가 말해볼래?) 선생님이 여자 아이, 남자 아이가 그려진 그림을 나눠 주셨는데 머리랑 팔 등 신체 구조를 우리가 채워 넣었어요.”

베를린 주정부의 지침에 따라 이 학교 학생들은 연간 6시간에서 10시간의 성교육 수업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합니다.

고학년이 될수록 성교육 전담 강사를 찾는 일이 잦아집니다.

각 분야별로 이뤄지는 성 관련 상담은 아이들이 커가면서 현실적으로 부딪히는 다양한 주제들입니다.

<인터뷰>헬거 뢰센베르거(성교육 담당 강사) : "(첫 상담 분야는) 사춘기 신체 변화와 생식기를 이해하기 위한 기본 지식을 얻는 부분이고, 행동 발달이나 성적 성향, 파트너 관계에서의 행동, 피임, 성병, 임신, HIV 등 감염 방지 등의 분야, 그리고 산아제한 분야 등으로 나눠져 있습니다."

학생들 역시 이렇게 개방적인 학교 성교육의 효과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니콜라 슈뢰더(12학년 학생) : “일찍부터 성에 대해 얘기하게 되면 병원에 가거나 피임약을 사는 데 두려움이 사라져요. 이런 일을 하는 것이 무섭거나 부끄럽지 않아요.”

<인터뷰> 엘미라 일디림(12학년 학생) : "4학년 때 성교육을 받았을 때는 쓸모 없다고 생각했는데, 고학년이 되고 나서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피임의 경우 우리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에 성교육을 하는 것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요."

독일에선 현직 의사들도 학교 성교육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의학적 지식을 바탕으로 학교 교사들의 성교육 수업을 보충하는 성격입니다.

프리데리케 군터 씨도 여성건강증진을 위한 의사회 소속으로 연간 80여 개 학교에서 180여 시간의 성교육 수업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수업 시간엔 각종 성교육 자료를 바탕으로 남녀의 생식기 모형을 통한 각종 피임 방법까지 자세히 일러줍니다.

<녹취> 프리데리케 군터(성교육 전문 의사) : “피임도 성관계의 일부입니다. 저는 남학생들에게 모든 유럽의 성인이 포크와 나이프 사용법을 아는 것처럼 모든 성인 남성이 콘돔을 사용할 줄 알아야 한다고 말합니다.”

어느 도서관이나 다양한 성교육 책자가 있습니다.

서가 한켠을 가득 채웠습니다.

임신에서 출산까지의 전 과정과 피임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쉬운 글과 다양한 그림으로 청소년들이 궁금해 하는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줍니다. 이 남성은 6살난 딸에게 보여줄 성교육 책자를 유심히 고르고 있었습니다. 독일에선 자연스런 일이라고 합니다.

<인터뷰> 볼카르트 힐러(베를린 시민) : “저희 집에 곧 둘째가 태어나거든요. 딸이 엄마의 배가 점점 불러오는 걸 알고 있는데, 딸을 가운데 앉혀놓고 함께 책을 보며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동생이 어떻게 나오는지 알려주려고요.”

베를린에서 가장 큰 대학병원 산부인과에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한 여성이 찾아왔습니다. 2년간 복용한 피임약 때문에 혹시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녹취> 산부인과 의사-환자 : "2년 전에는 어떻게 피임을 했나요?(그 때는 피임을 할 필요가 없었어요.)피임약을 복용하면서 걱정되는 점이 있나요? 건강상의 문제라든지. (네. 이미 많은 양을 복용했기 때문에 지속적으로 복용하면 건강에 해로울 것 같아요.)"

이렇게 독일에선 미혼 여성들도 거리낌 없이 산부인과를 찾습니다. 여학생들이 초경을 시작하면 몸에서 일어나는 증상과 관련 질병들을 알게 하기 위해 부모들이 산부인과에 데려갈 정도입니다.

<인터뷰> 사라 베게너(직장인(19살)) : "독일에서는 반년에 한 번씩 암 등을 예방하기 위해 산부인과 검진을 받는 것이 일반적이에요. 제 친구들, 청소년들은 다 받고 있어요."

독일에선 임신 12주까지 합법적으로 낙태가 가능합니다.

다만 전제 조건이 있습니다.

낙태 시술을 원하는 여성들은 정부나 교회 또는 적십자 산하의 상담소를 찾아 의무적으로 상담을 받아야 합니다.

상담을 통해 낙태로 인한 후유증과 출산시 주어지는 경제적 지원 등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듣게 됩니다.

<인터뷰> 누센 아크타스(‘프로 파밀리아’ 베를린센터 상담사) : "독일에는 1876년부터 낙태 전 상담을 의무화하고 있습니다. 나이를 막론하고 모든 독일 여성은 낙태 수술을 하는 경우 상담증명서가 필요합니다."

이후 사흘 간의 숙려 기간을 거친 뒤 그래도 낙태 시술을 원할 경우 지정된 병원을 안내해 줍니다. 독일 전역에 이런 상담소가 수백여 곳. 의사와 간호사, 상담심리사, 그리고 사회복지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한 팀을 이뤄 활동하고 있습니다. 쉽게 낙태를 선택하지 않도록 하는 사회적 장치인 셈입니다.

<인터뷰> 피트라 빈클러(‘프로 파밀리아’ 베를린센터 상담사) : "정부와 입법자들은 가능한 한 임신을 유지하길 바라는 보수적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상담을 하면서 정보를 제공하긴 하지만 결정을 내리거나 영향을 미쳐선 안됩니다. 상담 결과는 열려 있고 결정은 임신 여성이 내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의 독일 성 상담소들은 학교 측의 요청이 있을 경우 청소년 성교육까지 담당하고 있습니다.

각종 인쇄물과 피임도구들을 통해 구체적인 교육이 이뤄지는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방금 중학생 대상 수업을 마친 한 강의실에 들어가 봤습니다. 강의 내용을 살펴보니 성관계시 체위에서부터 오르가즘이 뭔지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이처럼 독일에선 낙태를 허용하면서도 철저한 성교육과 상담을 통해 여성들이 낙태로 내몰리지 않도록 하고 있습니다.

OECD국가 가운데 미국을 제외하면 최저 수준입니다.

<녹취> 엘리자베트 뮐러 헤크(독일 교육부 공무원) : “이전에는 생물학 시간에 신체 변화 등을 배우는 정도였지만 오늘날에는 성교육이 생물학을 넘어 학제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말하자면 1학년 때부터 성교육을 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철저한 성교육과 상담만으로 원치않는 임신과 낙태를 100% 예방할 수는 없습니다.

미혼모에 대한 지원도 중요한 변수입니다.

흔히 스웨덴하면 부엌에서 탁아소까지 여성복지가 완벽하게 갖춰진 나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복지 혜택은 미혼모들에게도 똑같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라일라 압달라 씨의 하루는 4살난 아들 누아를 깨워 씻기는 일로 시작합니다.

압달라 씨는 미혼모입니다.

2년 전 동거하던 남자친구와 헤어진 뒤 누아를 혼자 키우고 있습니다.

걸어서 5분 거리의 탁아소에 누아를 맡겨놓고 서둘러 일터로 향합니다.

<인터뷰> 라일라 압달라(스웨덴 미혼모) : "탁아소에 애를 데려다 주는데 집에 뭘 놓고 왔을 경우 애를 탁아소에 맡겨두고 집에 돌아와서 얼른 다시 가져갈 수도 있고 굉장히 편리하고 좋습니다."

오후 5시 퇴근길. 다시 탁아소에 들러 누아를 찾아 집으로 돌아옵니다.

누아에겐 TV 만화영화를 보여주고, 곧장 저녁 식사 준비에 들어갑니다.

압달라 씨는 스웨덴 정부로부터 결혼한 부부와 똑같은 육아보조비를 받습니다.

<인터뷰> 라일라 압달라(스웨덴 미혼모) : 육아보조비는 한 아이 당 월 1,050크로나(16만여 원) 정도 됩니다. 사회보장부에 확인을 해보면 정확히 알 수 있겠지만 아이가 많으면 많을수록 보조비 수령액이 늘어납니다.

미혼모라고 해도 어느 누구도 손가락질하지 않습니다. 미혼모 가족이 다양한 가족 형태의 하나로 인정되기 때문입니다.

<인터뷰> 라일라 압달라(스웨덴 미혼모) : "미혼모가 너무 흔하기 때문에 편견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습니다. 미혼모, 미혼부들이 혼자 애를 키우다 보니까 평소에 보면 피곤해 보이고 더 많은 에너지를 필요로 할 때가 있겠죠."

실제로 스웨덴에선 서너 명 중에 한 명이 미혼모나 미혼부 가정에서 자라납니다. 취재 도중 만난 이 고등학생들도 모두 미혼모 슬하에서 자랐다고 거리낌없이 밝혔습니다.

<인터뷰>요하네스 베르만두아(고등학생(미혼모 가정 출신)) : "저희는 모두 미혼모의 아이로 자랐는데 엄마는 늘 국가로부터 교육비, 육아보조금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런 것이 스웨덴 사회의 장점인 것 같습니다."

우리에게 특히 시사하는 것은 바로 스웨덴의 미혼부들입니다.

22살 빅토르 쉐발 씨도 미혼부입니다.

5살난 딸 루바와 함께 늦은 아침을 먹고 있습니다.

2년 전 동거녀와 헤어진 뒤로 루바를 교대로 한 달 씩 맡아 키우고 있습니다.

육아의 책임이 미혼모에게만 있는 게 아니라 남자에게도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아이를 함께 키우지 않는 미혼모나 미혼부들은 상대방의 경제 사정에 따라 우리 돈으로 최대 월 20만 원 정도의 양육비를 지급해야 합니다. 이를 거부할 경우 국가가 대신 양육비를 지급하고, 나중에 구상권을 청구합니다.

<인터뷰> 빅토르 쉐발(스웨덴 미혼부) : "스웨덴의 모든 부모와 마찬가지로 육아보조비를 받는데 제 경우에는 루바의 엄마와 절반을 나눠 가집니다. 각 개인의 소득 수준에 따라서 주택보조비도 받습니다. 저와 루바 엄마도 해당됩니다."

육아와 주거보조비 뿐만 아니라 스웨덴의 미혼모와 미혼부들은 임신수당과 육아휴직급여까지 받습니다.

특히, 주거보조비 수령 대상자의 85%가 미혼모나 미혼부들입니다. 이런 제도 덕분에 원치않는 임신으로 아이를 혼자 키우더라도 최소한의 경제적 자립이 가능하게 됩니다.

<인터뷰> 제시카 뢰벤홀름(스웨덴 건강사회부 사회보장과 사무관) : "부모랑 같이 살지 않는다 하더라도 아이들이 경제적으로 넉넉한 환경에서 자랄 수 있도록 보장하기 위한 정치적 제도로 볼 수 있습니다."

스웨덴의 미혼모들이 경제적 지원만 받는 것은 아닙니다.

지난 96년 설립된 이 정부 기구는 미혼모들의 사회적 권익을 향상시키는 일을 담당합니다.

스톡홀름 본부 등 전국 9개 사무소에선 미혼모들이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만남을 주선합니다. 무료 법률상담도 언제든지 가능합니다.

미혼모들이 궁극적으로 결혼 부부와 똑같은 조건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이 기관의 설립 목표입니다.

<녹취>헬렌 시그프리드손(스웨덴 마카뢰사 사무총장) : "마카뢰사는 미혼 부모들을 위한 기구로서 그 사람들을 위해서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정치적으로 영향력을 미쳐서 미혼 부모에게 유리한 상태가 되도록 하는 게 우리의 역할입니다."

마카뢰사 측은 인터뷰 도중 당일 아침 신문에 난 기사를 취재진에게 제시했습니다.

‘독신 부모가 뒤쳐진다’는 제목의 기사로 지난 95년 스웨덴에 경제난이 닥친 이후 여러 긴축 정책의 영향으로 각종 수당과 보조금 등이 동결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독신 부모들의 월 평균 수당이 800크로나, 즉 우리 돈으로 12만 원 정도 줄었다는 겁니다. 마카뢰사 측은 결혼 부부와의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며, 독신 부모 지원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헬렌 시그프리드손(스웨덴 마카뢰사 사무총장) : "미혼 부모가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도록 탁아소 운영 시간을 휴일과 저녁까지 늘리고, 주거보조비도 늘려야 합니다. 그리고 미혼 부모를 위한 전용 보조금 제도 도입도 현재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스웨덴에서도 지금의 우리 나라처럼 청소년 임신과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부정적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지난 20년 간 스웨덴 성교육연합회장으로 일해 온 린달 씨는 취재진에게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습니다.

<인터뷰> 카타리나 린달(前 스웨덴 성교육연합회장 ) : "60년대에 제 친구가 있었는데요. 그 친구가 임신을 했는데 어느 순간 학교에도 산파에게도 말도 안하고 사라져 버렸어요. 그 당시에 낙태는 강하게 규제를 했기 때문에 그 친구 입장에선 애를 낳는 것 이외에 다른 방법이 없었던 거죠."

육아의 책임을 남녀가 똑같이 지게 하는 시스템이 스웨덴에서 미혼모의 인식을 바꿔놨다고, 린달 씨는 분석하고 있습니다.

<인터뷰> 카타리나 린달(前 스웨덴 성교육연합회장) :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해서 사회적으로 처벌을 받는 건 전세계적인 현상이었죠. 남자한테 책임을 부여하지 않으니까 이런 현상이 벌어진 겁니다. 남녀평등 사상을 사회적으로 부각을 시키고 남자에게 책임을 부여하니까 변화가 된 것입니다."

실제로 RFSU, 스웨덴 성교육연합은 지난 1933년 설립된 이후 성에 대해 올바른 정보를 알리고 미혼모들에 대한 인식을 개선하는데 많은 기여를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부설 진료소에선 성인 누구나 성 관련 상담과 검진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인터뷰>수잔 굴락 플리렌(스웨덴 성교육연합 부설 진료소장) : "성병에 걸린 사람을 발견하면 감염 예상자들을 전부 조사해서 명단을 만듭니다. 그 사람들에게 전부 연락을 해서 여기에 와서 검사를 받도록 합니다.”

청소년들이 주로 찾는 성 상담소는 따로 있습니다.

취재진이 찾은 지난 달 12일, 이 상담소에선 인근 지역 여학생들을 대상으로 피임 교육을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산파와 심리학자로부터 정밀 상담과 무료 검진도 받을 수 있습니다.

<녹취> 크리스티나 스쿠그(청소년 성상담소 산파) : “여학생들의 임신 여부도 테스트해주고 대화를 나눕니다. 피임 방법은 어떤 게 있는지도 얘기를 해줍니다. 무엇보다 성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콘돔을 사용하라고 권장하고 사용 방법도 가르쳐 줍니다.”

이런 상담소가 전국적으로 250여 곳. 스웨덴 청소년이면 누구나 성인이 되기 전에 거치는 곳입니다.

<녹취> 카롤린 비르타(대학생) : “16살 때 상담소에 처음 갔는데 피임 같은 것에 대해 상세한 도움을 받았습니다. 다른 학생들도 대부분 당연히 그 곳에 가서 필요로 하는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녹취> 아넬리 발리에르(고등학생) : “피임에 대해 아주 많은 정보들을 알고 있습니다. 학교 성교육 시간에도 배우지만 상담소에서도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습니다.“

스웨덴에선 임신 18주까지 임신부의 의사에 따라 낙태가 허용됩니다.

그러나 실제 출생아 대비 낙태율은 독일과 비슷한 16% 수준입니다.

미혼모에 대한 차별 없는 지원과 철저한 성 상담이 원치않는 임신과 낙태를 줄이는 기본이 됐습니다.

우리 사회에서는 지금도 많은 여성들이 낙태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단속만 강화한다면 낙태는 점점 음성화되고 아이를 낳더라도 모자의 삶 역시 힘들 수밖에 없습니다.

낙태를 허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법으로 재단하기에 앞서 허술한 성 교육과 미혼모 지원 제도를 우선 돌아 볼 필요가 있습니다.
 

입력시간 2010.05.03 (0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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