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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신고 ‘자동등록制’ 검토할 때 됐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5-05-14   /   Hit. 3097

  기사 게재 일자 : 2015년 05월 14일  

 

<時評>
출생신고 ‘자동등록制’ 검토할 때 됐다

 
 
 
이봉주 / 서울대 교수·사회복지학

지난 4월 30일, 국회는 미혼부 자녀의 출생신고를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조금 낯설기도 한 이 개정안은 일명 ‘사랑이법’이라 불리기도 한다. 그동안 미혼부는 출생신고를 아이의 어머니를 통하지 않고는 직접 할 수 없었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다. 사연인즉, 미혼부인 아빠와 사는 ‘사랑이’는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도 되지 않고 그러다 보니 건강보험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었다고 한다. 이런 사연은 지난해 사랑이 아빠가 강남역에서 1인 시위를 하며 알려지게 됐고, 결국은 국회에서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으로까지 이어졌다.

사랑이와 같은 처지에 있는 아동들은 이제까지는 출생신고 자체가 쉽지 않아 주민등록번호도 없고, 따라서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당연히 누릴 수 있는 건강보험, 보육료 지원 등의 기본적인 혜택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어쩔 수 없이 아이를 고아원에 보내 고아로 신고한 후 입양하는 편법을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출생신고 체계의 사각지대 때문에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나고 있었던 것이다. 그나마 이제라도 사랑이와 같은 미혼부의 자녀도 당당히 출생신고를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은 환영할 일이다.

하지만 차제에 현행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점을 짚어 볼 필요가 있다. 우리나라의 출생신고 제도는 기본적으로 부모가 아이의 출생을 신고해야 하는 체계다. 즉,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났다는 사실만으로 그 출생이 ‘인정’되는 게 아니라, 부모가 내 자식이라고 ‘신고’해야만 출생이 인정되는 체계다.

현행법은 부(父) 또는 모(母)에게 출생일로부터 1개월 이내에 신고할 의무를 부여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과태료를 부과한다. 이런 체계에서 신고되지 않은 출생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 생명이다. 정상적인 상황에서도 1개월까지는 ‘존재하지 않는 생명’ 상황이 용인된다. 자칫 부모가 신고를 게을리하면 그런 상황은 더 길어질 수도 있다. 아이가 출생한 후 사망한 경우는 아예 출생신고조차 이뤄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우리나라가 집계하는 ‘영아사망률’ 통계의 신뢰성이 떨어져 국제적으로 불신받는 경우도 있다니 심각한 문제다.

그뿐만이 아니다. 출생등록이 되지 않은 아동은 쉽게 불법 입양, 유기 등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산모와 신생아의 건강관리는 출산 후 1∼2주간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현재 상태에서는 보건소의 모자보건사업은 출생신고가 있기 전에는 출생이 있었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을 수밖에 없다. 부모의 의사에 따라 결정되는 출생신고 때문에 평생을 좌우할 건강관리에 필수적인 골든 타임을 놓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유엔아동권리협약은 ‘아동은 출생 후 즉시 등록될 것’을 요구한다. 그러면 이 문제의 해결책은 무엇인가. 현재의 ‘출생신고제’를 ‘출생 자동 등록제’로 바꾸면 된다. 즉, 국가가 ‘출생’이라는 사건을 인지하는 방식을 현재처럼 부모의 ‘신고 의사’에 의존하는 체계에서, 출생이 일어난 의료기관에서 출생신고가 자동으로 이뤄지도록 제도를 바꾸는 것이다. 실제로 대다수 선진국은 이런 방식을 이용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출산의 99% 이상이 의료기관에서 이뤄지고, 의료기관과 행정기관의 전산화 정도가 상당히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출생 자동 등록제’의 여건은 이미 잘 갖춰져 있다. 따라서 의료기관에 출생에 따른 등록 의무를 부여하면 기존의 출생신고 사각지대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일괄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출생 자동 등록제’로의 변경은 철학적인 차원에서는 우리가 시민권을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관계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으로 태어난 아동은 그 자체로 시민권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 부모가 내 자식이라고 ‘신고’해야 시민권을 인정하는 것은 전근대적인 제도다. ‘출생 자동 등록제’는 출생신고를 아동 중심으로 개선한다는 의미가 있는 것이다. 또, 실질적인 차원에서는 정확하고 완전한 출생신고를 통해 국가의 기본적인 통계인 영아사망률 등 모자보건지표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고, 영유아 보건사업의 내실화도 기할 수 있다.

‘사랑이법’ 개정이 출생신고 제도를 전면적으로 개선하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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