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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려진 아이들이 불쌍해요? 절대 아닙니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1-05-20   /   Hit. 2794
2011/05/20 17:25
 


“버려진 아이들이 불쌍해요? 절대 아닙니다”
[인터뷰] 주사랑공동체에서 행복을 만들어가는 이종락 목사


“형. 신림에 애 버리는 집이 있데요. 그 얘기 들어본 적 있으세요?”
“뭐? 애를 버려?”

충격이었다. 담배 한 대 같이 태우던 후배의 말은 기자를 어지럽게 만들고도 남았다. 아니, 아무리 지금 사회가 흉흉하다 한들 어떻게 자기 자식을 버린단 말인가.

“그럼 그 애들은 누구랑 사는 거야? 아이고 불쌍해….”

여기저기로 알아봤다. 그 ‘애 버리는 집’의 이름이 주사랑공동체라는 것과 포털사이트 다음에 후원 카페가 있는 것도 알아냈다. 카페에 올라와 있는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터져 나오는 연민을 참을 수 없었다. 눈물이 울컥.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



지난 18일, ‘불쌍한 아이들을 보러간다’라는 말을 곱씹으며 신림동의 가파른 언덕길을 올랐다. 날씨도, 표정도, 마음도 꿉꿉하기 그지없던 찰나. 신림동 주택가 한 골목에 ‘베이비박스 아기 넣는 곳’이라는 이정표가 있는 것을 보고나서 들었던 생각 한 줄기.

‘제길. 진짜 있었어….’

사전에 취재 약속을 했던 정영란 전도사의 안내를 받아 주사랑공동체 2층에 올라갔다. 생후 3~4개월 밖에 안 된 아기들이 누워 있고, 한 아기는 기저귀를 갈고 있었다. ‘이 아이들이 버려진 아이들이라고? 이렇게 귀엽고 예쁜데?’라는 생각을 하던 중, 한 목소리가 기자의 귀청을 때렸다.

“김지현 기자님이시죠? 안으로 들어오세요”

주사랑공동체 설립자인 이종락 목사. 은만이를 보며 미소짓고 있다


사진으로만 보던 백발의 할아버지. 주사랑공동체의 설립자인 이종락 목사가 기자를 맞았다. 취재수첩을 챙기고 방으로 들어가니 그는 자신의 친 아들인 은만이에게 밥을 주고 있었다. 멍하니 바라보고 있던 기자에게 그가 말하길 “뭐하세요? 앉지 않고…”

기자가 살던 세계에서 볼 수 없었던, 아니 아예 없길 바랐던 풍경들 때문인지 방문의 목적이 취재인지도 잊고 있었다. 버려진 아이들과 함께 보듬어 사는 공동체. 도대체 그는 이 일을 어떤 계기로 시작하게 됐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한 아이를 가슴에 묻고 나서 큰 동기가 생겼지요. ‘한나’라는 예쁜 이름을 가진 아이였어요. 제가 아들(은만) 때문에 병원에 자주 다녔거든요. 근데 어느 날 병원에서 14살 된 중학생이 아이를 낳았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근데 애석하게도 그 아기가 무뇌아라는 거예요. 병원에서는 살 가능성이 없으니 곧 죽을 것이라고 했죠. 죽을 운명에 처해있던 그 아이를 우리가 거뒀습니다. 아기의 엄마가 도저히 아기를 키울 수 없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었어요.

그 아이가 얼마를 더 살았는지 아세요? 6년입니다. 6년. 뇌가 없어 씹지를 못하니 종이컵만한 분량의 밥을 먹이는 데 2시간 반이 걸렸어요. 그래도 정이 흠뻑 들었어요. 그런데 어느 화창한 날 아침, 분명 잘 자고 있는 줄 알았던 한나가 세상을 떴습니다. 119를 부르고 미친 듯이 인공호흡을 했지만 결국 갔어요. 지금은 우리 공동체 건물 앞에 수목장을 했습니다. 그 아이를 보내면서 생명이 얼마나 존귀한지를 깨닫게 됐지요.”

한나가 묻힌 나무. 분명 한나는 더 좋은 곳으로 갔으리라. ⓒ주사랑공동체 제공


그러더니 그는 한 사진을 바라보며 말을 잇지 못했다. “저 아이에요. 예쁘죠?” 영정이라는 말을 붙이기에는 너무 어린 아이가 사진 안에 있었다.

“저렇게 고운 아이도 버려지는 게 현실입니다. 요새는 산부인과에서 장애아 판정을 받으면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가 상당수에요. 낳아놓고 보니 언청이라 결국 집으로 돌아가서 아이를 방치해 죽인 사례도 봤는걸요. 저는 뱃속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그들을 대신해서 소리를 내줄 사람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요새는 낙태반대운동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이럴 수가. 그래서 결국 베이비박스라는 것을 만들어, 버려지는 아기들을 보듬어 안는 것인가.

“그렇지요. 한 번은 장애 아기가 주사랑공동체 앞에 버려진 적이 있었어요. 얇은 종이박스 안에 조그마한 아기와 기저귀 몇 개. 그리고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편지가 들어 있었어요. 근데 눈물 속에 아이를 들어 올리는 순간 산고양이가 지나가더라고요. 온몸이 섬뜩했습니다. 그 뒤로는 ‘어떻게 하면 버려지는 아기들이 좀 더 안전해 질 수 있을까’를 고민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체코에서 베이비박스라는 것이 생겼다는 소식을 접하게 됐습니다. 약 1년여 동안의 준비 끝에 공동체 건물에 베이비박스를 설치할 수 있게 됐죠.”


그러면서 그는 말을 덧붙였다.

“설치하고 나서 얼마나 기도를 했는지 몰라요. 제발 아이가 들어오지 않게 해달라고, 이 박스가 쓸모가 없기를 말입니다. 하지만 아이가 들어왔어요. 첫 날 아기가 들어왔을 때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정말 우리나라는 특이한 나라에요. 체코에서는 베이비 박스 도입 후 2년 동안 7명의 아기가 들어왔다더군요. 근데 주사랑공동체의 베이비 박스에는 17개월 만에 18명의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주사랑공동체만 해도 이런 상황인데 전국적으로는 어떻겠어요. 아이들을 좀 더 안전하게 살리기 위해 이 베이비 박스를 전국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제 소망이에요.”

전에는 베이비박스를 통해 들어온 아기들을 주사랑공동체에서 직접 거뒀다고 한다. 하지만 근래에는 구청의 통제를 받아 일단 경찰에 신고부터 하고, 나중에 구청 직원이 아기들을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에 보낸다고 한다. 이후 각종 시설로 흩어지게 된다는 것. 이야기를 듣다보니 묻고 싶은 질문 하나가 입술을 간질인다. 아니, 왜 이 목사님은 힘든 일을 사서 하는 걸까. 자기만 살기도 바쁜 시대에, 그것도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서….

주사랑공동체에서 함께 행복한 아이들.



“부모마저도 버리는 장애 아동들, 저는 그 아이들을 남의 자식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모두 내 자식이라 생각합니다. 어떻게 그 고귀한 아이들을 남이라 생각할 수 있겠어요.”

이럴 수가. 듣는 기자도 몇 번이나 ‘눈물이 차올라서 고개를 들었’는데, 직접 겪은 목사님은 얼마나 슬펐을까. 그렇게 버려진 아이들을 바라보면 불쌍해서 쳐다볼 수도 없을 것 아닌가.

“불쌍이요? 누가 불쌍합니까? 여기 있는 아이들 절대 불쌍한 아이들 아닙니다. 행복한 아이들입니다.”

그의 목소리에 힘이 들어갔다. 그리고는 말을 잇는다.

“전에 어떤 50대 아주머니가 이곳을 방문 했었어요. 오자마자 펑펑 울더라고요. 그래서 울지 말라고, 이 아이들 불쌍한 아이들 아니라고 했죠. 그랬더니 그 아주머니가 뭐라는지 아세요? ‘아이들이 불쌍해서 우는 것이 아니라 자신이 얼마나 행복한지, 이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자신을 보게 됐다’고 말하더군요. 그 아주머니가 우울증이 있었는데, 이곳에서 오랜 기간 자원봉사를 하면서 우울증을 치료했습니다. 아이들의 모습 속에서 행복을 보고, 자신도 행복해 졌던 것이죠.”

정말 이 목사님, 성인군자다. 남들이 보면 눈살부터 찌푸릴 상황에서 행복의 의미를 찾다니. 기자는 특별히 믿는 종교가 없지만, 이 목사만큼은 ‘믿고’ 싶어질 정도다. 하지만 그는 아이들이 버려지는 순간부터 함께 하지 않았는가. 연민을 느낄 법도 한데….

하염없이 해맑은 주은이. 980g 이었던 미숙아가 지금은 씩씩하게 태권도를 배운다 ⓒ주사랑공동체 제공


“하루하루가 그렇게 행복할 수 없습니다. 제 아들(모든 아이들이 목사님을 ‘아빠’라 부른다) 중에 주은이라고 있어요. 그 녀석은 장애판정을 받고 태어난 980g짜리 미숙아였어요. 7개월 만에 태어났죠. 의사가 ‘곧 죽을 것’이라고 했어요. 부모들도 그 아이를 키울 의지가 없었습니다. 결국 주사랑공동체가 그 아이를 데려갔죠. 과연 그 아이가 나중에 죽었을까요?

아닙니다. 올해 초등학교 입학했어요. 데려오고 나서는 약 8개월 동안 병원신세만 졌어요. 치료비만 4,700만원이 들었죠. 하지만 주변 분들의 기적 같은 후원으로 치료를 마쳤어요. 학교에 다녀오면 ‘아빠! 학교 다녀왔습니다! 태권도 학원 갈게요’라고 말합니다. 이런 말을  들을 때 마다 너무 행복합니다. 아이가 저를 행복하게 하고, 저 역시 아이를 행복하게 하고, 주변 이웃들이 사랑으로 서로서로 행복해지는 경험인 것이죠.”

행복. 기자에게 행복이란 안정된 직장과 고정된 수입, 그리고 쾌적한 집과 언제 사용해도 괜찮은 신용카드였다. 대체 그가 말하는 행복이란 무엇인지 감을 잡기 어렵다.

“보세요. 지금의 우리들은 물질적인 것에 집착하고, 다른 이들과의 경쟁에 이겨서 생기는 행복만을 추구하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행복이란 내 이웃과 생각하고 함께 보듬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이 아이들이 비록 제대로 된 부모아래서 축복받으며 태어난 것은 아니었지만, 지금 만큼은 그 누구보다 행복합니다. 장애를 극복하고 자신의 삶을 살아나가는 모습, 그리고 그것을 응원하는 것이 행복 아니겠어요?”

무엇인가 늘 부족하다고 느끼는 사람들. 그 중에 하나였던 기자 역시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내가 무슨 생각으로 그들을 ‘연민’했을까. 내게 ‘연민’은 사치였다. 그들과 함께 살을 부비면서 그들의 행복이 나에게로 전달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이 행복, 좀 더 많은 사람들과 누릴 수는 없을까.

노후화되가는 주사랑공동체, 이종락 목사가 손수 작업해 유지보수 하고 있다


“그래서 요새 이사 갈 계획을 세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땅 값이 너무 비싸서 지금 가진 돈으로는 엄두가 나질 않습니다. 이곳저곳에서의 후원이 절실해요. 아이들 건강관리 때문에라도 좀 더 넓은 곳으로 옮기면 좋을 것 같거든요. 생명 보호에 뜻이 있는 기업이 땅만 무상으로 기부해도 수월 할 텐데…. 하하하.

또 빛을 보지도 못하고 죽어가는 어린 생명들을 위해 ‘낙태반대운동’에 관련한 소식지 같은 것을 만들고 싶어요. 생명의 소중함을 함께 생각하는 것이 행복의 시작이 될 수 있잖아요. 근데 글을 쓰고 편집하는 것이 어려워서 참…. 이런 활동에 뜻을 함께 하는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어디 주변에 아는 사람 없나요?”

기자에게 안겨 떨어질 줄 모르던 설이. 아이의 포옹이 이렇게 따뜻하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됐다


인터뷰를 마치고 아이들과 한 서너 시간을 함께 뒹굴고 껴안고 놀았다. 불쌍? 피곤? 가당치도 않은 소리. 꿉꿉했던 날씨가 어느새 시원한 날씨로 바뀐 만큼, 기자의 미소 역시 확연히 달라졌음을 느꼈다.

이런 행복의 경험을 함께 하고 싶다면? 주사랑공동체에 전화(02-854-4505)를 걸어보길 권한다. 생명을 지켜내고, 나아가 그 생명과 함께 행복해 질 수 있을 테니까. 혹은 주사랑공동체 인터넷 카페 (http://cafe.daum.net/giveoutlove) 에 가입해 문의할 수도 있다. 자원봉사 신청 역시 여기서 받으니까 말이다.

어느 누구보다 ‘행복’한 아이들과 함께 ‘행복을 만들어가는’ 이종락 목사. 기자가 주사랑공동체를 떠날 무렵, “성경에 이런 말이 있어요”라며 말을 건넸다. “‘작은 자가 큰 자를 부끄럽게 한다’고 합니다. 여기 아이들의 행복 속에서 우리들의 행복을 볼 수 있다는 뜻입니다. 혹시나 해서 말씀드리는데, 절대 걱정하거나 불쌍해하지 마세요. 이곳의 아이들, 여기서 정말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런 모습을 보여드릴 거고요.”라고.



글ㆍC급 글쟁이 김지현 relief03@gmail.com 트위터 @relief03
사진ㆍ깡쥐깡쥐 강진아 saintsei@hanmail.net 트위터 @saintsei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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