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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으로 맺은 우리는 한 가족!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1-05-23   /   Hit. 2600
2011/05/23 17:08
 

마음으로 맺은 우리는 한 가족!
[체험] 주사랑공동체에서 자원봉사 하루나기

방에 들어서자마자 눈을 똥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한 아기. 짝짜꿍을 하며 놀다가 모르는 얼굴들이 들어서자 이내 고개를 들고 신기한듯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쳐다본다. 한쪽 구석에 늘어선 아기침대에는 갓난아기들이 누워있고, 방안에는 아기가 있는 여느 집과 마찬가지로 아기용품들이 널려 있다.

오랜만의 봉사활동이라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선 주사랑공동체. 네댓의 갓난아기들이 함께 있는 모습을 보고 잘 돌볼 수 있을지 걱정이 먼저 앞섰지만, 방긋 웃어주는 아기의 미소에 어느새 설렘이 더 크게 다가왔다. 아기들에게 눈인사를 하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아기들의 젖병 맞춰 끼기. 바구니 한 가득 아기들의 이름이 써진 젖병이 넘쳐났다. 기리, 새벽이, 가을이, 은총이, 다온이... 아기들의 젖병을 보며 그 크기에 따라 아기들의 성장 정도를 어렴풋이 가늠할 수 있었다.

새벽이(왼쪽)와 기리의 옷을 갈아입히고 있다

 

아기들은 갓 돌이 지났거나, 대부분 돌이 지나지 않은 신생아였다. 한창 뒤집기를 할 때라서, 아기들을 바닥에 뉘어놓으니 꼼지락꼼지락 바쁘게 움직였다. 노오란 옷을 입은 기리는 좌우로 번갈아가며 부지런히 몸을 뒤집었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새벽이에게 멍멍 소리를 내며 강아지 베개를 얼굴에 가까이 대자, 귀를 쫑긋 세우고 고개를 들어 반응을 보이는 모습에 웃음이 났다. 아기침대에서 잠든 다온이의 한쪽 팔과 다리를 든 귀여운 포즈에는 미래의 모델 탄생이라며 쉴새없이 눈사진을 찍었다.

자그마한 손으로 필진의 손을 꼬옥 움켜쥐고 있는 새벽이

 

오후가 되자 1층에서 두런두런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살며시 1층으로 내려가보니, 어느새 학교를 다녀온 몇몇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방안에 앉아있던 아이에게 먼저 다가가 이름을 물으며 반갑게 악수를 청했다. 아이의 이름은 상희. 상희는 바로 손을 잡아주고는 갑자기 몸을 확 뒤로 젖혀 우리를 끌어당겼다. 졸지에 끌려가는 모양새가 돼 처음에 당황스러웠지만, 주변에 있던 활동보조인이 웃으며 "상희가 언니들을 보니 신이 났네"라고 말해 이내 반가움의 표시임을 깨달아 더 반갑게 인사했다. 상희와 놀아주다보니 상희가 반복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곧 알게 됐다. 장난감 자동차와 공을 갖고 놀며 이층침대 사이에 숨기고선 빼달라는 요구를 계속 반복했기 때문. 오늘 주사랑공동체에서 처음으로 자원봉사를 한 박수현(25)씨는 "상희가 어떤 습관과 특징을 갖고 있는지 미리 알았다면 더 자연스럽고 능숙하게 놀아줄 수 있었을 것 같아요"라며 조금 서툴게 대한 면을 아쉬워했다. "그래도 상희가 좋아하는 그림책을 보며 고래에 대해 알려주니 나중에 고래 그림을 보고 기억하기도 했어요"라며 한편으로 뿌듯해했다.

품에 폭 안겨 떨어지지 않으려 하는 설이

한쪽 구석에 있던 설이에게 말을 걸며 다가가자, 바로 품에 안겨왔다. "설이는 사람이 오기만하면 안기고 엎히려고 해요. 아무래도 공동체이다 보니까 여러 아이들이 있고, 손이 많이 가서 모두를 계속 보듬어주지 못하니까 그런 것 같아요"라고 옆에 있던 활동보조인이 말했다. 
설이는 한 살 정도의 지능을 갖고 있는데, 감정표현을 잘 하지 못한다고 했다. "하루는 침대 모서리를 발로 쾅쾅 치는 거에요. 우리 같으면 엄청 아플 정도로 세게 말이죠. 그런데 설이는 아픈 걸 모르니까 멈추게 할 때까지 계속 발로 때리고 있는 거예요. 물론 어쩔때 보면 가끔씩 끅끅거리며 감정 표현을 하기도 해요. 그런데 자유롭게 표현하지 못하다보니까 왠지 마음 속에 한이 더 쌓여 보이죠. 그럴때 참 안쓰러워요"라고 덧붙였다. 이야기를 듣고 봉사자 품에 폭 안겨 있는 설이 모습을 다시 보니, 영락없는 아기였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진리는 텔레비전 전원을 끄거나 채널을 변경하고, 자꾸 어딘가에 숨거나 밖으로 나가려는 행동을 반복해 종종 꾸중을 듣기도 했다. 쉴 새 없이 1층을 돌아다녀 침대 안에서 놀게 할 수밖에 없었는데, 처음에 떼를 쓰고 소리를 지르는 모습에 자원봉사자가 어쩔줄 몰라하기도 했다. 하지만 봉사자 말에 따르면, 시간이 조금 지나자 진리가 떼를 쓰다가도 30초도 안 돼 금방 다시 조용해진다고 했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은 스스로 얼굴을 긁어서 손톱자국이 얼굴에 흉터로 남아있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진리 역시 손톱이 길어 행여나 얼굴에 상처를 낼까, 봉사자의 무릎 위에 앉아 손톱을 깎았다.

한편, 수요일에는 몇몇 아이들이 병원에서 재활치료를 받는 날이라, 근처 보라매병원을 찾았다. 새벽이와 온유, 나단이는 재활치료를 받고, 설이는 채혈을 했다. 새벽이와 온유는 다운증후군이라서 제 나이에 맞게 움직이지 못해 발달을 위한 성장치료를 하고, 나단이는 지금의 상태가 더 악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
재활치료실에 들어가자마자 새벽이는 치료를 받는 걸 아는지, 매트 위에 뉘어놓자마자 으앙 울음을 터트렸다. 재활치료 의사선생님이 새벽이를 의자 위에 앉히고 허리를 잡아주고, 다리를 눌러 펴주는 내내 새벽이는 울음을 그치지 않았다. "아이들은 본능적으로 나이에 맞게 움직이고 행동하게 되는데, 새벽이의 경우 돌 지난 아이의 움직임이 아니에요. 다운증후군을 앓는 아이들은 앉을 이유가 없고 앉을 필요를 못 느끼니까 발달이 느리죠. 다리를 쓰지 않으니까 더 움직이지도 못하게 되고요"라고 의사선생님이 말했다. 다운증후군 아이들이 보통 4~5년씩 걸려 서서히 걷게 되는데-걷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그 시간을 3~4년으로 단축시켜 걷게 하고 움직이게 하기 위한 재활 치료라고 설명했다.
 

성장을 위한 재활치료를 받는 내내 눈물이 마르지 않는 새벽이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며 울어대는 새벽이를 보니 가슴이 찡해왔다. 새벽이의 곁에서 거듭 손을 붙잡아주고 얼굴을 비비며 눈물을 닦아주던 활동보조인은 "오늘로 재활치료는 3주째에 들어가는데, 처음 새벽이가 치료를 시작했을 때 어찌나 울어대던지 정말 진땀을 뺐어요"라며 "연일 울어대는 통에 너무 안쓰러웠지만 우는 걸 마냥 안아주고 달래기만 할 수도 없죠. 재활치료를 받는 게 새벽이를 위한 거니까, 안쓰러워도 지켜볼 수밖에요"라고 안타까워했다. 새벽이는 이제 돌이 지나서 한창 기어 다녀야 하는 시기인데, 기어 다니기는커녕 앉아있지도 못하고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상황이다. 새벽이를 위해서는 겪어야만 하는 아픔인 것. 치료 내내 우느라 힘이 빠진 새벽이는 공동체로 돌아가는 길에 품에서 쌔근쌔근 잠이 들었다.

저녁 즈음이 되자 매주 수요일 저녁에 2시간씩 봉사활동을 한다는 문영여고 2학년 여학생 7명이 공동체 안을 가득 메웠다. 아기를 안아 돌보고 있는 하예원(18)양에게 봉사활동 계기를 묻자, "학교에서 모집을 해서 친구들과 신청하게됐다"며 "평소에 아기를 돌볼 일이 없어 처음엔 낯설기도 했지만, 아기들이 너무 선하고 귀여워서 올때마다 즐겁게 하고 있다"고 답했다. 심혜림(18)양도 "오늘이 네 번째 방문인데, 첫날에 애들한테 꼬집혀 상처가 나고 다루기가 쉽지 않아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을 돌볼수록 보람차다"고 말했다.

소리가 나는 공에 귀 기울이고 함께 놀고 있는 상희(왼쪽)와 이누리 양


1층에서 상희와 눈높이를 맞추고 함께 놀아주던 이누리 양(18)은 봉사활동을 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순간을 전했다.
"하루는 상희가 공을 가지고 놀다가 평강이에게 뺏겨서 울게 됐어요. 그런데 공동체 안의 다른 아이가 와서 상희 눈물을 닦아 주고 꼬옥 껴안아주더라고요. 봉사자라고 온 저는 미처 그러지 못했는데 말이죠. 그때 이 아이들이 정말 순수하고 착하구나라는 걸 마음으로 느끼고 참 감동을 받았어요." 라고 당시를 떠올리며 미소 지었다.

 

식사시간이 끝나고 진리가 피아노 옆 방 화장실에 숨는 바람에, 한바탕 작은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누구 하나 눈치챌 새도 없이 숨어버려 밖으로 나간 줄 알고 모두 깜짝 놀란 것. 정영란 전도사님이 부랴부랴 진리를 찾아내 다행히 모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일 진리가 밖으로 나가 찾지 못하면 정말 큰일이기 때문. 전도사님이 진리에게 잠시 손을 들고 벌을 서게 하는 모습에서조차 애정을 듬뿍 느낄 수 있었다.

7시간의 짧은 봉사활동으로 공동체의 모든 것을 알 수는 없지만, 아이들 모두에게 따뜻한 보금자리라는 것은 한눈에 봐도 분명했다. 공동체에서 활동하는 이들이 하루하루 아이들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그 속에서 생기는 일들을 서로 즐겁게 이야기하는 모습 속에 깊은 애정과 관심이 묻어났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자라나는 과정을 보는 것 자체가 행복이에요. 공동체에 아프거나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 많이 있는데, 아이들이 한계를 넘어 자신의 의지로 장애를 극복하는 과정을 보면서 참 가슴 찡한 행복을 많이 느끼죠"라고 정영란 전도사님이 말했다.
주사랑공동체는 아이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스스로 할 수 있도록 하는 교육방침을 갖고 있다. 이 점이 때때로 오해를 받기도 하는데, 아이들이 스스로 세상을 살아가는 기적을 만들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때로는 칭찬이 되고 때로는 야단이 되어도 아이들을 돌보는 그 눈길, 손길, 몸짓에서 마음으로 맺어진 한 가족임이 온몸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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