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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놓는 곳 <Baby Box>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1-06-22   /   Hit. 2710

아기를 놓는 곳 <Baby Box>

 

수습위원 김후정 (wasatt@naver.com)

 

작년 824KBS 뉴스에서 검은 비닐봉투에 담긴 채 폭염 속에 방치됐던 아기가 처참한 모습으로 발견됐다. 탯줄도 제대로 자르지 않은 아기를 검은 비닐봉투에 넣어 버리러 가는 비정한 엄마의 모습이 CCTV에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태어난 지 4시간 만에 버려진 아기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지만 곧 영유아 시설에 입소될 예정이고, 엄마는 경찰에 불구속 입건 되었다. 이처럼 한 해 영아 유기 사건이 50건 이상, 살해가 10건 이상인데, 더 심각한 문제는 예전과는 많이 달라진 아기를 버리는 모습에 있다. 과거, 자신의 아기를 제 손으로 기르지 못함에 미안해하며 좋아 보이는 건물 앞에 부탁의 편지와 애정서린 두툼한 옷을 같이 놓았던 옛날과는 달리, 지금은 모텔 주차장이나, 지하철 화장실, 쓰레기 소각장, 아파트 화단 등에서 볼 수 있듯 버리는 장소나 방법이 잔혹하고 비인간적으로 변모해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기를 버린 대부분의 엄마들이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여성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미처 예상치 못한 임신과 출산으로 아기를 자신들의 행복과 희망이 아니라 단지 걸림돌이라고만 생각하게 돼 그런 극단적인 선택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날 난 그렇게 버려질 아이들을 위한 베이비 박스 (Baby Box)’시설을 도입하게 된 이종락 목사님의 이야기를 알게 되었다.

 

지난 521, 이종락 목사님과의 인터뷰를 하러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 공동체교회에 갔다 왔다. 난곡동에 있는 우림시장 위를 경사진 길을 따라 한참이나 올라가야 발견할 수 있었던 주사랑 공동체교회의 모습은 내 생각과는 조금 달랐다. 그리 크지 않은 간판을 가지고 있는 작은 2층 주택은 교회가 아니라 그냥 일반 가정집처럼 보였다. 베이비 박스가 있다는 표지판을 따라 뒤편으로 올라가보니 역시나 베이비 박스가 보였다. 베이비 박스의 문을 열어보니 인터넷에서 보던 것과 같이 출생일을 적어주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수건이 깔려 있었다. ‘역시 진짜 있었구나.’하는 생각에 왠지 씁쓸하고 안타까웠다. 이 가파른 길을 가야만 있는 작은 교회 안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자원봉사를 하러 온 학생들과 아기들이 예뻐서 매일 보러온다는 아주머니들, 베이비박스에 대한 소식을 듣고 취재를 하러 온 기자들, 그들이 다 들어가니 작은 주택이 꽉꽉 차있었다. 목사님과 인터뷰를 기다리는 동안 위층에서 아기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곳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한 살도 되어 보이지 않은 아기들이 많이 있었다. 5살이라고 믿을 수 없는 작은 체구를 가진 온유는 어린 동생들을 챙겨주는 언니 같은 모습을 보여주었다. 간난 아기들을 마지막으로 본 것이 무려 10년 전이어서인지 어색하게나마 손을 뻗어 아기의 손을 한번 잡아보았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부드러움과 연약함이 느껴졌다. 이렇게 작고 예쁜 아기가 버려졌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따뜻했다.

 

? 이종락 목사님과의 인터뷰

Q. 목사님이 베이비 박스를 처음 도입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까?

A. 유독 추운 겨울날 주사랑공동체앞에 얇은 옷 한 벌만을 입고 있는 장애아기가 버려진 것을 봤습니다. 종이박스 안에는 얇은 이불만을 덮고 있는 아기가 죄송합니다라고 적힌 편지 한 장과 함께 있었지요. 새벽 3시에 본 그 아이는 생명이 아주 위험한 상태였습니다. 그 뒤로 이렇게 버려지는 아기들이 안전하게 있을 수 공간이 있었다면, 얼굴이 알려지기 싫어하는 산모가 부담 없이 놓을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하는 생각이 저를 지배하고 있었습니다. 이 후로 1년 후, 체코의 한 신문에서 처음으로 베이비 박스의 존재를 듣게 되었을 때 전율이 흘렀던 것을 잊을 수 없습니다.

 

Q. 처음 베이비 박스에 넣어진 아기를 발견했을 때의 심정은 어떠했나요?

A. 많은 고민 끝에 베이비 박스를 설치했지만 매일 밤 제발 아기가 들어오지 않기를 기도했었습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아기가 들어왔었고 그날 우리는 얼마나 울었는지 몰라요. 하지만 한편으론 안도감과 다행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요즘 부모들이 아기를 주차장이나 쓰레기장, 화장실, 모텔 등과 같은 곳에 많이 버리는데 그럴 경우 버려진 아이들의 겨우 20%만이 살아남기 때문입니다.

 

Q. 베이비 박스에 넣어진 아기들은 어떤 과정을 겪게 되나요?

A. 정부시설에 신고를 하면 나중에 구청 직원이 아기를 서울시립 어린이병원에 보냅니다. 치료해야 하면 치료를 하고, 건강하다면 바로 입양기관으로 가게 되는 것이죠. 물론 이것은 근 2~3개월 동안 시행된 과정입니다. 그 전엔 바로 저희 공동체에서 키웠는데, 522일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에 나온 것처럼 보건복지부에서 철거하라는 통보가 나왔습니다. 저는 그럴 수 없어 적정한 수준에서 합의를 보게 되었지요.

 

Q. 전 베이비 박스가 어느 도 정부 지원이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전혀 아닌 가 봅니다.

A. 애석하지만 그렇습니다. 보건복지부에서 범죄 행위인 영아 유기를 조장하거나 방조하는 시설물이라 철거해야 하고, 앞으로 유기영아가 들어오면 즉시 신고하라.”라는 지침이 내려왔습니다.

 

Q. 외국에서도 이런 논쟁이 있다는 것을 봤습니다. “베이비 박스의 존재는 부모들이 아기를 버릴 때, 죄책감을 덜어주기 때문에 영아유기를 조장할 가능성이 있어 오히려 더 많은 사람들이 무책임하게 버리는 경향이 강해질 것이다.”라는 말에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A.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은 분명 현장에 있어보지 않았던 사람일 것입니다. 현장에서 유기된 아기들을 보게 된다면 절대 그런 말을 할 수가 없습니다. 아이를 버리는 부모는 미혼모이거나 능력이 없어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없는 상태인 사람들입니다. 만약에 베이비 박스가 없어서 그런 부모들이 아이를 버리지 않고 키운다 하더라도 그런 부모 밑에선 부모와 아이 모두 행복한 삶을 살기 쉽지 않을 것입니다.

몇 년 전, 언청이 아이가 있는 한 부모를 봤습니다. 입천장이 없는 아이는 젖을 먹기조차 힘든 상태였습니다. 그 부모에게 아이를 병원에 데려가 음식을 먹이라고 보냈지만, 나중에 보니 그 부모는 아이를 그냥 방치해 죽게 만들었습니다. 이 부모뿐만이 아닙니다. 요새는 산부인과에서 장애아 판정을 받으면 아이를 포기하는 부모가 상당수에요. 저는 뱃속에서 죽어가는 아이들의 비명소리가 들립니다.

 

Q. 베이비 박스를 설치함으로 어려움이나 힘든 점이 무엇인가요?

A. 24시간 항상 긴장상태라는 것입니다. 아기가 베이비 박스에 들어오면 벨이 울리게 되어있는데, 그 벨이 언제 울리는지 항상 주의를 기울이는 것, 그런 것이 힘든 점이지요.

 

Q. 혹시 우리나라에 이런 베이비 박스 시설이 더 있나요?

A. 이미 여러 군데 문의가 들어왔습니다. 다섯 정도인데, 그 중에는 지방시에서 이 베이비 박스를 설치하고 싶다는 요청도 들어왔습니다.

 

현재 베이비박스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유럽 각국에서도 이와 비슷한 시설이 이미 설치되어 있습니다. 프랑스는 여성에게 병원에서 아이를 낳을 권리와 익명성을 보장한 상태에서 양육권을 포기하고 입양시키도록 할 권리를 보장하고 있고, 독일에선 불법이긴 하지만 많은 병원에서 여성들에게 신원을 공개하지 않은 채 아이를 낳을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습니다. 독일에는 약 80개의 아기상자가, 스위스엔 1, 이탈리아엔 10, 헝가리엔 12, 폴란드엔 16개의 아기상자가 설치되어 있습니다. 이런 베이비 박스에 아이를 두고 가는 부모 중엔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들도 있습니다만 열에 아홉은 미혼모라는 것이 사실입니다.

 

? 미혼모라는 이름

합법적이고 정당한 결혼절차 없이 임신 중이거나 출산한 여자.’

대부분 10대 임신으로 교육적?경제적 정도가 낮아 충분한 건강관리를 받을 수 없으며 부모로서의 발달과업을 달성할 수 없다.’

이것은 보건복지부가 운영하는 건강길라잡이사이트에 소개된 미혼모의 정의이다. 이렇게 공적으로 정의된 단어에서도 볼 수 있듯 한국 사회에선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정부나 공공기관 조차도 뿌리 깊게 박혀있었다. 결혼제도를 통한 출산만을 합법적인 것으로 규정하는 사회가 어쩌면 미혼모?부 들에게 주홍글씨같은 낙인을 새겨 넣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조사한 미혼모?부에 대한 한국인의 태도와 인식보고서에 따르면 미혼모는 3.18점으로, 동성애자(3.48)다음으로 차별을 받는 집단으로 조사되었다. (이어 외국인 노동자(3.17), 장애인(3.09), 미혼부(3.07)등의 순이 있다.)

이러한 미혼모들의 어려움은 사회 속에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아이를 키우려고 해도 그것을 가능케 하지 않는 환경에서도 찾아 볼 수 있다. 앞서 말한 사회의 따가운 시선들에 대해 맞설 각오를 하고 자신의 아이를 지키려고 하는 미혼모들의 의지는 생활고라는 벽에 꺾여 버린다. 생활력이 보통 사람들보다 상대적으로 약한 미혼모들에겐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 하지만 미혼모가 친자식을 키울 때 지원하는 양육비는 불과 10여만 원에 밖에 되지 않는다. 그것도 작년엔 5만원 이던 것을 늘린 것이 이 정도라고 하니, 미혼모가 아이를 버리고 떠나갈 수밖에 없는 것은 한 사람의 책임감 결여라고 표현하기는 무리인 듯하다.

 

? 유아 수출국과 저출산

우리 한국은 2006년 이후부터 해외입양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실시했고, 그 결과로 해외입양이 점차 줄어들어 올해는 천 명 이하가 될 것이라 하지만 아직도 하루 세 명 꼴로 해외 입양을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게다가 시설 등에서 보호 중인 요보호 아동이 한해 9000명이나 되는데 반해 국내 입양은 몇 년째 1400명 안팎에 머물러 있으며. 더욱이 입양 뒤에 입양관계를 끊는 파양 건수가 크게 늘어 입양건수의 절반을 넘는 800건 이상이 파양되고 있다. 정부의 노력 덕분인지 최근 국내 입양이 꾸준히 늘고 있지만 아직도 한국은 아이를 해외로 입양 보내는 나라 가운데 중국?에티오피아?러시아에 이어 세계 4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한쪽에선 아이러니하게도 저출산 문제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한 문제가 된지 오래이다. 최근 2년 연속 출생아 수가 감소하는 문제는 더욱 심화되어갈 뿐이다. 이런 면에서 미혼모는 우리 사회가 적극적으로 보호해야할 이유이기도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미약하기만 하다. 올해부터 2015년까지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우리 정부가 투자한 돈은 397000억 원이지만, 그 가운데 청소년 미혼모 자립 지원 예산은 작년 121억 원에서 올해 64억 원으로 도리어 대폭 삭감하였다.

분명 입양이 저출산에 대한 한 방법이 될 수는 있지만 그것은 최후의 선택일 뿐이지 최상의 선택이 될 수는 없다. 때문에 미혼모들이 자신의 아이를 자신이 키울 수 있도록 하려면 정부의 지원이 불가피 하다.

 

? 마무리

우리나라는 특이한 나라에요. 체코에서는 베이비 박스 도입 후 2년 동안 단 7명의 아기만이 들어왔습니다. 근데 주사랑 공동체의 베이비 박스에는 17개월 만에 무려 18명의 아이가 들어왔습니다. ‘주사랑 공동체만 해도 이런 상황인데 전국적으로는 어떻겠습니까.”라고 이종락 목사님께서 하신 말처럼 분명 우리나라의 생명경시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다. 이것은 정책적인 면에서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아기들을 버리는 부모들의 책임감 결여를 탓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이들이 자신의 열악한 상황이나 경제적 여건을 탓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말 못하고 의지할 데 없는 아기의 생명을 버리고 말고를 결정할 권리는 없다. 분명 그 부모들도 사회의 피해자 이지만 아무 죄가 없는 아기를 버리는 순간 피의자가 된다는 것은 명백하다.

 

*여기 쓰인 글과 사진은 일부, (http://cafe.daum.net/giveoutlove)<연합뉴스>, <서울신문>을 참고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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