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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 박스 만든 목사 눈물의 사연--데일리안 인터넷 신문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1-09-12   /   Hit. 2831
베이비 박스 만든 목사 눈물의 사연
19명 아이들과 살아가는 주사랑공동체 구청서 폐쇄 위기
"한번 버려진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다른곳에 보내겠어요"
변윤재 기자 (2011.09.12 11: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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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에서 이종락 목사가 국내 최초로 설치한 ´베이비박스´를 통해 신생아 부터 함께해온 아이들과 생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에는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가 설치되어 있다. ´베이비박스´ 외부에 ´내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 하시리라´는 시27편 10절 글귀가 적혀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우리 딸, 예쁘죠?”

8일 서울 관악구 난곡동의 한 주택. 백발이 성성한 중년 남성이 아기를 안고 말했다. “언니한테 ‘안녕’ 해야지”라고 말하며 아기와 눈을 맞추며 어르자 아기가 이내 방긋 웃는다. 아빠랑 눈을 맞추며 “그렇지?”할 때마다 동의라도 하는 양 방그레 웃는 아기와 아빠의 표정은 똑닮았다.

아기를 안고 “예쁘죠?”를 연발하던 이 남성은 주사랑공동체의 이종락 목사(57)다.

가파른 언덕 너머 있는 이 목사네 집은 여느 가정과 다를 바 없다. 차이가 있다면 아이들이 조금 더 많다는 정도일까. 이날도 이 목사와 부인 정병옥 씨(57)는 생후 6개월부터 20개월까지의 8명의 아기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큰 아이들 11명은 어린이집과 학교를 갔으니 요즘 보기 드문 대가족인 셈이다.

이 가족에게서는 행복의 내음이 난다. 이 목사는 아이들 이야기만 나오면 함박 웃으며 말을 계속 이어갔다. 부인 정씨도 아기들을 어르고 토닥이면서 같이 미소 지었다. 부부는 “아이들로 인해 기쁘고 행복하다”고 했다. 이 다복해 보이는 가족은 실은 가슴으로 맺어졌다.

주사랑 공동체에는 19명의 아이들이 살고 있다. 이 아이들은 친부모에게서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생활이 어렵다는 핑계로 외면당한 아픔을 가졌다.

이 목사가 자랑하던 딸, 가을이는 지난주 돌잔치를 했다. 아빠의 품에서 애교를 부리는 가을이는 처음 배꼽탈장 증세를 보였지만, 지금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흔적도 없다. 사이가 좋지 않았던 친부모는 가을이를 맡을 수 없다고 했다.

“씩씩하고 활달하다”고 기쁜 듯 말하던 주은이(9)도 세상에 나오는 순간 버림을 받았다. 다운증후군과 심장병을 지닌 채 태어난 주은이는 임신 7개월 만에 제왕절개로 나왔다. 불과 980g. 체온도 낮고 맥박도 희미했지만, 누구도 주은이를 돌아보지 않았다.

속눈썹이 길고 뽀얀 피부를 지닌 희망이는 뇌병변 1급이다. 친엄마는 정신지체를 갖고 있었지만, 병원 측에 이를 알리지 않고 자연분만을 시도하다 정신을 놓았다. 뒤늦게 제왕절개로 아이를 꺼냈지만, 산소부족으로 뇌세포가 죽은 뒤였다. 이제 불과 20개월인 희망이는 눈만 뜨고 감을 뿐 다른 것은 할 수 없다. 우유도 코에 꽂은 호스로 먹는다.

8개월이 된 생명이는 뇌수종에 시각장애를 갖고 태어났다. 친엄마는 ‘찾지 말아달라’는 쪽지를 남기고 아이를 놓고 갔다. 16개월이 지난 새벽이도 이 목사에게 올 당시 다운증후군에다 선천성 심장질환인 ‘대동맥 판막협착증‘까지 갖고 있었다. 숨을 한번 쉴라치면 헐떡거려야 했고, 우유를 빠는 것도 힘들어했다. 지난해 겨울에는 폐렴증세를 보여 애를 태웠다.

이 목사는 기꺼이 이 아이들의 ‘아빠’가 됐다. 6명은 이미 이 목사의 호적에 올랐고, 나머지도 법적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이 목사에게 입양은 아이들을 끝까지 품겠다는 서류상의 약속일 뿐이다. 이미 아이들은 아픈 손가락이 됐기 때문이다. 아이가 울면 애끊는 마음으로 안아주고, 아파서 수술이라도 하면 속을 태웠다.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에는 국내 최초로 설치한 ´베이비박스´를 통해 신생아 부터 함께한 영아들이 생활하고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 서울시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주사랑공동체에서 끓는 물에 소독을 마친젖병이 수북히 쌓여져 있는 가운데 젖병에 아이들 각각의 이름이 쓰여져 있다. ⓒ데일리안 박항구 기자

주은이를 살리기 위해 이 목사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수천만원에 달하는 치료비를 마련했고, 6개월 반 동안 병원 생활을 뒷바라지했다. ‘살기 어렵다’고 고개를 젓던 주은이는 초등학교 1학년으로 건강하게 자랐다. 태권도와 발레를 좋아하고, 피아노도 곧잘 친다.

자리에 누워만 있던 희망이도 조금씩 나아졌다. 잠을 자기만 하더니 눈을 뜨고 사람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고, 이 목사의 딸이 안아주면 멋쩍은 듯한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생명이도 5개월이 넘는 긴 병원생활을 마치고 상태가 호전되어 이 목사 부부의 품으로 돌아왔다. 하루에도 몇 번씩 숨이 넘어갈 듯 울었지만, 우유도 잘 먹고 건강하게 논다.

자폐 증상이 심해서 자해를 많이 하던 은혜(6)도 달라졌다. 예전의 은혜는 바닥만 보면 턱을 찧어대는 탓에 피딱지가 가실 날이 없었고, 하루에도 몇 번씩 울어대며 분노를 표현했다. 이 목사 부부는 은혜를 쫓아다니며 달래고 울 때면 안아줬다. 은혜가 꼬집고 깨물어대도 토닥토닥 어미새가 품 듯이 품었다. 은혜는 사람들 속에 섞이는 걸 탐탁치 않아 하지만, 일대일로 마주 앉아 이야기하는 건 좋아한다.

쉬운 일은 아니다. 매일 13kg 세탁기 4대 분의 빨래가 나온다. 일주일에 아기들이 먹는 분유는 9~10통에 달한다. 우유병만도 수십병. 큰 소쿠리 3개가 가득 찰 정도의 양이다. 이것을 하루 3번식 삶는다. 면역력이 약한 아이들이 많아서 한여름에도 창문을 닫아놓는 경우가 많다. 이 목사는 “아이들이 추위를 잘 타서 6월까지도 내복을 입는다”고 했다.

아이들을 향한 이 목사의 진심을 알아서일까. 아이들은 아빠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언어 표현을 제대로 하기 어려운 나단이(11)가 하는 유일한 말은 “아빠”다. 루리(10)는 “아빠처럼 목사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다녀 이 목사의 가슴을 절로 펴지게 만든다.

이 목사는 아이들을 “우리 아들, 우리 딸”이라고 부른다. “희망이 속눈썹이 화장한 여자처럼 길고 참 예뻐서 다들 얼마나 귀여워하는데요” “주은이는 굉장히 씩씩하고 밝아서 사랑을 많이 받아요” “은총이 울음소리만 들으면 장군감이에요. 해병대라고 부른다니까요. 얼마나 똑똑한지 8개월인데 벌써 일어선다니까요” 이 목사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자랑을 늘어놓았다.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얼마나 귀한 존재인지를 이야기하는 그의 말투와 행동에서 “보람되고 기쁘고 행복하다”던 진심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이 목사가 아이들을 거두기 시작한 것은 1999녀부터. 어릴 적 뇌 손상으로 전신마비로 누워있는 아들 은만 씨(25)와 같은 병원에 있던 여자아이를 맡고 나서 알음알음으로 ‘아이를 맡아달라’고 사람들이 찾아왔다. 말없이 집 앞에 놓고 가기도 하고 전화로 ‘두 목숨 죽게 생겼다. 아이는 OO에 있으니 맡아주시면 좋겠다’는 말을 남긴 뒤 사라지기도 했다. 대부분이 장애가 있는 아이들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이 목사에게 문제삼는 사람은 없었다.

그러나 2009년 국내 최초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하면서 이 목사는 논란의 중심에 섰다. 몇몇 시민사회단체들은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며 그를 비난했고, 철거를 보건복지부에 요청했다. 이 목사는 비난 여론에도 베이비박스를 철거하지 않았다.

굴비박스 상자에 담겨 버려진 온유를 만나기 전 이 목사는 애지중지 가슴으로 품었던 세 아이를 차례로 떠난 보낸 기억이 있었던 탓이다. 두 아이는 생후 6개월 만에 하늘나라로 떠났다. 출생신고도 되어 있지 않아 세상에 머무른 흔적도 없다. 나머지 한 아이, 주영이는 무뇌아로 태어나 6년 동안 이 목사네의 귀여운 딸로 머물렀다가 숨을 거두었다. 하루에 17~18시간을 울던 아이가 밥을 받아먹었을 때, 눈을 깜빡였을 때 이 목사의 가족들은 축제 분위기가 됐었다.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보다 더 울었다”던 이 목사는 온유를 보고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추운 겨울 피부가 퍼렇게 될 정도로 길바닥에 방치된 온유는 얇은 배냇저고리에 여름 이불 하나만 덮고 있었고, 배고픈 도둑고양이가 길게 울며 아이 근처에서 서성거리고 있었다. 이 목사는 “더 늦게 나갔다면 아이가 어떻게 됐을지 상상하기도 싫었다”며 “길에 버려진 아이들은 한겨울에는 저체온증에 걸리고 한여름에는 세균에 감염될 수 있다. 아이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일보다 중요한 건 없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가 버틴 덕에 올해 4월까지 26명의 아기들이 제 때에 치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4월 관악구청이 ‘유기 영아가 들어오면 즉시 신고하라’고 통보하면서 베이비박스는 유명무실해졌다. 그 덕에 뒤늦게 친부모가 ‘잠깐 내가 정신이 나갔었다. 아이는 잘 키울테니 데려가면 안 되겠느냐’고 찾아오는 경우, 일이 복잡하게 꼬인 적도 여러 번이다.

더 큰 문제는 공동체가 문을 닫을 처지에 놓은 것이다. 할동보조인 서비스 신청을 연장하기 위해 센터에 문의를 했다가 “10월에 폐쇄된다고 해서 지원이 끊길 것”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다. 이 목사 부부와 아이들이 사는 집은 일반 가정집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다. 전문시설에 비해 공간은 협소하고 엘리베이터 등의 편의시설이 부족하다. 마땅한 부지를 알아보고 있지만 여의치 않아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이런 와중에 폐쇄 이야기가 나오니 이 목사는 답답한 심정이다.

이 목사는 “우리에겐 폐쇄할 것이라는 이야기가 없었다”며 “그 사람들의 어려운 사정에도 장애아를 키우라고 강압해서는 아이에게도 부모에게도 좋지 않은데...”라고 말을 흐렸다.

‘우리 아이들과 이렇게 살면서 장애아도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던 이 목사의 얼굴이 흐려졌다가 애써 밝게 웃어 보였다.

“우리 아이들을 다른 곳에 어떻게 보낼 수 있겠어요. 법적으로도 법인으로 보는 단체로 되어 있어서 문제가 없다는데...가슴에 아이를 묻고 후회하는 일은 안하고 싶어요. 뭐든 해보는 데까진 해봐야지요.”[데일리안 =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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