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濠수교 50주년 기념 공연]
부모품도 모르고 버려진 장애아에 세계 정상급 4중주단 찾아와…
200석 객석에 18명만 채우고 특별한 선율
다운증후군·시각장애 갖고 난곡동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울던 아이들 이내 함박웃음 5일 오후 3시 서울 강남구 일원동 밀알학교 내 공연장. 200석 남짓한 객석은 거의 텅 비어 있었다. 18명의 아이들과 자원봉사자 10여명이 관객의 전부였다. 아이들은 여기저기서 소리를 내며 울었고, 자원봉사자들은 아이들을 달래느라 연신 등을 두드렸다.
이런 소란 속에서 호주 챔버오케스트라(ACO)의 현악 4중주단이 하이든의 종달새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세계 정상급 바이올리니스트 리처드 토그네티의 지휘로 매년 세계 투어에서 각국 언론의 극찬을 몰고 다니는 ACO는 한·호주 수교 50주년 기념 공연을 위해 한국에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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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연주회장의 아이들 울음소리는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5일 오후 서울 강남구 일원동의 한 공연장에서 열린 호주 최고 명성의 챔버오케스트라(ACO) 4중주단 공연에선 음악과 아이들의 울음이 어울려 하모니를 이뤘다. 이날 오케스트라 멤버들은 장애를 갖고 태어나 버려진 아동 18명을 위해 특별한 연주회를 열었다. /이준헌 객원기자 heon@chosun.com
이날 분위기는 국내 최고의 공연장인 서울 서초동 예술의 전당 공연을 하루 앞둔 이들이 만들어내는 하모니와는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하지만,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를 연주하는 젊은이들은 30분 공연 내내 미소를 잃지 않았다.
객석에는 부모의 품을 기억하지도 못하는 버려진 아이들이 있었다. 갓 돌이 된 아이부터 초등학생까지 대부분 장애를 안고 태어난 아이들로, 장애아동 보호 단체인 주사랑 공동체에서 생활하고 있다.
이생명(1)군은 뇌수종으로 지난 3월부터 8월까지 11번의 뇌수술을 받았다. 뇌가 크게 손상됐고 시각 장애까지 있어 앞을 보지 못한다. 생명군을 품에 안고 있던 자원봉사자 이지영(여·30)씨는 "생명이 뿐 아니라 여기 모든 아이들은 태어나서 처음 이런 곳에 와 봤다"고 말했다. "장애를 가진 아이들이지만 모두 들을 수는 있습니다. 오늘 이 자리가 너무 행복합니다."
아이들 대부분은 다운증후군, 뇌성마비, 시각장애 등 크고 작은 장애를 안고 있다. 이 중 생명이를 포함한 4명은 주사랑 공동체 대표인 이종락(57) 목사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들이다. 베이비박스란 이 목사가 2009년 12월 관악구 난곡동 자신의 집에 설치한 철제 박스로, 아기를 돌볼 처지가 안 되는 부모가 안전하게 아기를 맡길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설치했다.
지금까지 총 28명의 아기들이 베이비박스에 놓인 채 발견됐다. 그 중 6명은 주사랑 공동체에서, 나머지는 전국 아동 보호시설에서 맡아 기르고 있다. 이 목사는 "오늘 들은 행복한 음악처럼 이 아이들도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 날 공연은 주사랑 공동체에서 2년째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로드 로스웰(42) 주한호주상공회의소 상임이사가 17명의 단원이 방한한 ACO에 부탁해 이뤄졌다. 공연이 끝나고 현악 4중주단은 객석으로 내려가 아이들을 끌어안았다. 여성 바이올리니스트 메들린 바우드는 "평소 연주회와는 많이 달랐다. 그러나 이렇게 사랑스럽고 특별한 관객들과 함께할 수 있어서 정말 행복했다"고 말했다. 울고 보채던 아이들도 어느새 모두 웃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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