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앵커 ▶
원치 않은 임신이나 숨기고 싶은 출산과 같은 상황에 놓인 임산부는 어떤 선택을 할 수 있을까요?
영아 살해 같은 범죄를 막기 위해 아기가 태어나면 병원이 자동으로 출생 등록을 하게 하고, 위기 임산부는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게 한 제도가 시행된 지 1년이 됐습니다.
위기 여성과 아기에게 실제로 얼마나 도움이 됐는지, 제은효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남자 친구와 헤어진 뒤 임신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 18살 민정 씨.
앞이 깜깜했지만 나쁜 선택 대신 출산을 택한 건 익명으로, 안전하게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 덕분이었습니다.
[박민정/보호출산제 출산 (가명, 음성변조)]
"부모님, 주변에 알리는 거, 내 나이 뭐 이런 다양한 것들이 제일 어려웠던 것 같아요."
출산 뒤엔 아이를 입양 보내려 했지만, 나흘 만에 마음을 바꿨고 지금은 직접 키우고 있습니다.
[서울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센터 직원]
"진짜 칭찬할만해. 고생했어. 좋은 선택했어 아주."
위기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할 수 있고, 아기는 국가 보호 체계로 인계되는 보호출산제가 시행된 지 1년.
지난 1년간 1308을 통해 심층상담을 받은 위기임산부는 340명입니다.
이 가운데 109명이 보호출산을, 171명은 직접양육을 선택했습니다.
베이비박스로 버려진 아이도 올 상반기엔 16명으로 지난해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습니다.
[이종락/주사랑공동체 이사장]
"유기도 거의 없다시피 하고 베이비 박스도 떨어지고 많이 좋아졌습니다. 효과가 확실하지 확실해요."
여전히 보완할 점도 많습니다.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는 성인이 된 뒤에도 생모가 인적 사항 공개에 동의하지 않으면 혈육을 찾을 길이 없습니다.
때문에 보호출산은 익명 출산을 장려하는 게 아닌 임신부를 위한 마지막 선택지가 되어야 합니다.
그래서 출산 뒤 아이를 돌보며 보호출산을 결정하는 숙려 기간을 현재 일주일에서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숙영/서울 위기임산부 통합지원센터 원장]
"이 아이의 미래와 나의 미래를 놓고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을 좀 더 줬으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행 1년이 되었지만 아직 제도 자체를 몰라 이용하지 못하는 위기임신부도 많은 만큼 적극적인 홍보도 필요합니다.
MBC뉴스 제은효입니다.
영상취재: 전효석, 임지환 / 영상편집: 김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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