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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명절 함께하고 아플까 걱정하고, 그게 가족…장애인센터의 추석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5-10-06   /   827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추석을 맞아 윷놀이하는 모습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추석을 맞아 윷놀이하는 모습

[촬영 박수현]

(서울=연합뉴스) 박수현 기자 = "오늘 영화 보고 윷놀이했어요. 윷놀이 재밌었어요!"

추석 당일인 6일. 서울 금천구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만난 발달장애인 이주은(22)씨는 오늘 한 것 중 뭐가 가장 재밌었나라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태어나자마자 베이비박스에 놓였던 이씨는 키친타올 한 장 크기밖에 되지 않는 작고 약한 아기였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수술을 거부할 정도로 작았다고 한다.

그러던 이씨는 많은 이들의 관심과 사랑 속에 어느새 성인이 됐다. 윷놀이하러 센터 3층으로 들어서던 이씨는 선생님에게 안겨 해맑은 웃음을 지었다.

주사랑단기보호센터는 중증장애인 4명, 발달장애인 5명, 뇌병변 및 지적장애인 1명이 함께 모여 살고 있는 시설이다. 나이는 14살부터 31살까지 다양하다.

이들 대부분은 베이비박스에 버려져 센터에 오게 됐다. 성(姓)도 알 수 없었던 이들은 대부분이 주사랑공동체 설립자인 이종락 목사의 성을 따라 이씨다.

2007년 4월 굴비 박스에 담겨 베이비박스에 맡겨졌던 발달장애인 이온유(18)양도 그중 한 명이다. 이제는 밝은 모습으로 귀염받는 센터의 가족이 됐다.

센터 관계자에게 꼭 안겨 있던 이양은 추석에 뜨는 보름달에 어떤 소원을 빌 것이냐는 질문에 방긋 웃으면서 "장난감이 갖고 싶다"고 답했다.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추석을 맞아 영화를 보는 모습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추석을 맞아 영화를 보는 모습

[촬영 박수현]

추석을 맞은 이들은 점심으로 갈비, 잡채, 명태전, 꼬지전 등 명절 음식을 배불리 먹고 영화 케이팝 데몬 헌터스를 관람했다. 이어 윷놀이로 시간을 보냈다.

센터에 기자 외의 외부인은 없었지만,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아 적막할 틈이 없었다. 이들은 서로 웃으며 안마해주기도 하고, 장난치고 뛰어다니며 놀았다.

발달장애가 있어 대화가 원활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들은 어떤 추석을 보냈는지 묻자 밝은 표정을 지었다. 이새벽(15)군은 "떡국이 먹고 싶다"고 엉뚱한 대답을 해 웃음을 주기도 했다.

센터의 노한나 팀장은 "아이들이 점점 자기가 원하는 것에 대해 말하기 시작하는데, 센터에 안정감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 기쁘다"라며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지내주는 모습이 좋다"고 했다.

이들은 저녁에 다 같이 모여 갈비볶음밥과 꼬지전, 송편 등 추석 음식과 함께 치킨과 피자를 먹기로 했다. 이씨도 "오늘 저녁에 치킨 먹는다"라며 행복감을 드러냈다.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지내는 이생명(15)군
주사랑장애인단기보호센터에서 지내는 이생명(15)군

[촬영 박수현]

아이들이 영화 관람과 윷놀이를 하는 동안 중증 장애가 있어 거동이 불편한 이생명(15)군 등 4명은 1층에서 시간을 보냈다.

침대 한편에는 이군의 얼굴을 넣어서 만든 즐거운 한가위 보내세요라는 문구가 들어간 그림이 걸려있었다.

중증 장애를 가진 입소자 두 명은 배에 삽입한 튜브를 통해 식사하고, 24시간 관리가 필요해 방에는 병원을 방불케 하는 의료용품들이 빼곡했다.

중증 장애와 함께 시각 장애를 가지고 있어 세상이 흐릿하게 보인다는 이군은 직원들이 다가와 인사하고 머리를 쓰다듬자 입꼬리를 움직여 미소를 보였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센터에는 중증 장애인 5명이 있었지만, 지난 1월 고등학교 진학을 준비하던 이희망(16)군이 세상을 떠나면서 4명으로 줄어들었다.

노 팀장은 "중증 장애를 가진 아이들은 당장 오늘 밤, 내일이 어떨지 모른다"라며 "잘 지내다가도 응급실에 가거나 심한 경우 입원을 하기도 해 긴장의 끈을 놓을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아이들이 건강하게 아무 일 없이 잘 지내주는 것이 소원"이라며 "아이들이 선생님 사랑해요 하거나 웃어주면 이렇게 일하다가도 힘든 마음이 싹 사라진다"고 말했다.

suri@yna.co.kr

박수현 기자

출처: 연합뉴스

원본: https://www.yna.co.kr/view/AKR20251006024600004?input=1195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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