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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출산 사흘째 되는 날 홀로 ‘베이비박스’를 찾아 아기를 두고 갔다. 겉싸개 속 아기는 엄마와 떨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이 작은 상자 안에서 겨우 첫눈을 떴다. 아기의 첫 예방접종과 마지막 수유시간 등 아기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전해주려 애쓰던 엄마의 글은 길지 못했다. 손글씨로 꼭꼭 눌러 쓴 편지는 ‘정말 죄송하다’는 말로 끝났다. 이정아 기leej@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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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픈 편지들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부디 용서하렴…부탁이야, 잘 자라줘
서울 관악구 난곡동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는 늘 사연이 쌓인다. 아기를 낳고도 기를 수 없는 엄마·아빠들의 뼈아픈 이야기들이다. 거기엔 약속, 고백, 후회가 가득하다. 베이비박스에 아기들과 함께 남겨진 편지들을 소개한다.
▶ 우리 ○○이는 2013년 11월○일 아침 8시56분 수원에서 태어났어. 태명은 ‘똥꼬’라고 엄마가 불렀는데 초음파 사진을 찍을 때마다 엉덩이 쪽만 보여줘서 그렇게 불렀단다. ○○이가 엉덩이만 보여준 건 이렇게 엄마에게 깜짝선물을 하려고 했던 건데, 엄마는 ○○이를 이렇게 만들어버렸네…. 하지만 엄마가 ○○이를 사랑하지 않거나 미워서가 아니였다는 것만 알아주었으면 좋겠어. 엄마라고 불릴 자격이 없을지 모르겠지만 부끄럽지 않은 엄마로 살고 있을께. 내 아들 사랑해.
▶ 죄송합니다…. 백번도 천번도 넘게 생각해 봤습니다. 어쩔 수 없는 제 선택을 부디 용서해 주세요. 양가의 반대로 그 누구에게도 맡길 곳이 없고 돈도 없어서 이런 선택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형편이 나아지는 대로 무슨 수를 써서든 찾으러 오겠습니다. 너무나도 건강한 공주님입니다. 장애도 없고 건강합니다. 황달 수치가 14라 조금 높은 편인데 염려할 정도는 아니라고 합니다. 어디로 보내지더라도 어디로 가게 됐는지 꼭 기록 좀 부탁드립니다.
▶ 2013.8.28. 3.3㎏ 12:03pm에 태어났어. 5개월이 지나 알았지. 그땐 이미 너의 아빠는 없을 때야. 원하지 않는 아기여서 정말 못난 짓 많이 하고 다녔어. 그런데 잘 버티고 나와주어서 정말 이쁘더라. 엄마의 선택을 조금만, 아주 조금만 이해해줘. 어제 분유 먹이는데 나와 눈 맞추는 모습에 너무 속상하고 미안해서 펑펑 울어버렸지. 꼭 건강하게 자라줘. 마지막 부탁이야 ○○아… 엄마가 그 흔한 태명 한 번 못 불러줘서 마음이 너무 아프다.
▶ ○아. 너는 ○월11일 8시30분에, 6시간 진통 끝에 태어났단다. 집에서 혼자서 아기를 낳았고 기쁨도 잠시, 혼자 키우려는 막막함과 어떻게 해야할지 두려움이 너무 컸던 것 같아. 너의 아빠를 많이 닮아 연락도 해보았지만 연락도 안되고 혼자 키울 자신이 없고 형편이 어려워 이곳을 알아보게 되었다. 계속 죄책감을 안고 살아갈 것이고, 앞으로 좋은 곳에서 행복하게 살고 있기를 기도할께. 다시 생이 허락한다면 너의 엄마로 태어나 행복한 삶을 누리고 싶다. 미안하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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