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보도

 

언론에 비친 주사랑공동체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소식 >언론보도

그룹홈 출발 … 분리수거·전기료, 세상 물정 배운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4-04-07   /   2896

그룹홈 출발 … 분리수거·전기료, 세상 물정 배운다

마포 그룹홈 5인의 사회적응기
2년 거주 … 300명 중 50명만 혜택
"김치가 이렇게 비싼 줄 몰랐네요"

 

서울 마포구 망원동 ‘자립형 그룹홈’에서 박현수(19·가명)군 등이 아침밥을 먹고 있다. 올해 초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은 2년 동안 그룹홈에서 생활한 뒤 독립하게 된다.

“음식물쓰레기 봉투는 어디서 팔아요?”

 지난 2월 말. 서울 마포구 삼동소년촌 현재우 원장의 휴대전화가 울렸다. 일주일 전에 퇴소한 박현수(19·가명)군이었다. 박군은 다급한 목소리로 “싱크대에 음식물쓰레기가 가득 찼는데 봉투가 없어서 버리지 못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기도 수원시에 있는 3년제 전문대학(물리치료학과) 새내기인 박군은 마포구 망원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다. 전용면적 80㎡(24평)의 아파트는 박군을 비롯해 삼동소년촌에서 올해 퇴소한 5명의 보금자리다. 세탁기와 전기밥솥·TV 등 세간살이도 갖춰졌다. 서울시가 복권기금에서 전세금을 지원받아 마련해 준 것으로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이 2년 동안 머무는 ‘자립형 그룹홈’이다. 서울시는 올해 초 자치단체로선 처음으로 29억원을 들여 자립형 그룹홈 10곳을 개설했다.

 “지난해 추석 무렵에 보육원을 떠나야 한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눈앞이 캄캄했어요.” 박군은 퇴소 당시 막막한 심정이었다고 했다. 서울시 보육원을 퇴소한 아이들은 정착지원금 500만원을 갖고 사회로 나가야 한다. 일부는 LH나 SH공사에서 임대주택을 분양받기도 하지만 조건이 까다롭고 짧게는 6개월 이상 대기해야 한다. 그래서 퇴소한 아이들 대부분은 월셋집을 구해 혼자 살아간다. 현 원장은 “사회에 적응할 기간이 짧다 보니 정착지원금을 날려 고시원을 전전하는 아이도 많다”고 말했다.

 아이들은 그룹홈에서 음식물쓰레기 처리부터 아파트 관리비 정산까지 자립에 필요한 것들을 익혀 나간다. 사회로 나가는 디딤돌 역할을 하는 일종의 전초기지 성격이다.

 지난 15일 오전 9시. 잠에서 깬 배현수(19·가명)군이 달궈진 프라이팬 위로 계란을 깨뜨렸다. 전남의 한 대학에서 사회체육학을 전공하고 있는 배군은 주말 아침 식사 담당이다. 아이들은 식사·청소·장보기 등으로 일을 나눴다. 아침 반찬은 달걀 프라이와 김치·콩자반·오징어채볶음·햄. 배군이 근처 시장에서 사온 것에 소년촌에서 가져온 김치를 곁들였다.

 물가 등 세상 물정을 배우는 것도 자립형 그룹홈의 필수 교육코스다. 냉장고에서 반찬통을 꺼내던 배군은 “지난주 마트에서 장을 보는데 김치가 그렇게 비싼 건 줄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현 원장은 “보육원 아이들은 시설에서 의식주를 전부 제공받았기 때문에 현실 물가를 대부분 모른다”고 설명했다.

 통학을 하는 박군은 하루 5000원 정도의 교통비가 고민거리다. 박군은 “편도 2500원, 학교 갔다 오면 교통비만 5000원이라 가끔은 저녁을 안 먹고 건너뛰기도 한다”며 “한 달 교통비만 10만원은 될 것 같아 일찌감치 근로장학생 신청서를 써냈다”고 말했다.

 보육원을 나온 아이들 앞에는 혼자서 해결해야할 숙제가 쌓여 있다. 거실 한쪽에 덩그러니 놓여 있는 컴퓨터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았다. 아이들이 인터넷 기사를 불러 연결해야 한다. 지난 2월 보육원에서 나온 배군은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마무리하지 못해 의료보험증조차 없는 상태다.

 서울시 소속 보육원에서 매년 사회로 나오는 아이들은 200~300명. 기숙사 형태의 자립시설(80명 수용)과 그룹홈(50명 수용)을 제외하면 아이들은 보육원을 나오면 갈 곳이 없다. 어쩔 수 없이 월셋집을 구해서 ‘홀로서기’를 해야 한다. 현 원장은 “보육원을 나온 아이들에게 가장 중요한 게 주거 안정”이라며 “그룹홈은 주거비 해결뿐 아니라 보육원 출신들끼리 자립 준비를 할 수 있어 사회적응력을 키우는 데도 도움이 된다”고 강조했다.

◆취재=강기헌·장주영·이유정·정종문·장혁진 기자
◆사진=김상선·송봉근·박종근·강정현 기자
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