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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가는 부모들, 남겨지는 아이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14-03-17   /   2810

도망가는 부모들, 남겨지는 아이들

논란 속 Baby box 하지만 이 순간에도 아이들은 버려진다

 

생명은 언제나 위대하고 그 자체로 축복이다. 하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도저히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부모들이 늘 존재하는 현실이다. 그들은 아이를 입양기관에 맡기게 된다. 하지만 주변 사람들이 알게 될까봐, 혹은 그 방법을 몰라서, 조건을 맞추지 못해서 등의 이유로 그마저도 불가능하면 영아유기라는 극단적 선택을 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당신은 혹시 당신은 ‘Baby box’에 대해서 알고 있는가? Baby box란 아기를 키울 수 없는 산모가 아기를 두고 갈수 있도록 설치한 상자로써, 영아유기로부터 최소한 영아의 생명과 건강만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 국내에서는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가 운영하고 있는 Baby box가 유일하다. 200912월 주사랑공동체교회가 Baby box를 설치한 이후 20142월 말일까지 총412명의 아이들이 Baby box에 남겨졌다.

 

주사랑공동체교회를 찾아가보다

국내 최초로 Baby box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를 기자가 직접 찾아가 보았다. 관악구 한 골목길에 있는 주사랑공동체교회는 평범한 교회라기 보단 주택에 가까웠다. ‘주사랑공동체교회라고 적힌 간판 밑에는 작게 아기 놓아두는 곳이라고 적혀있었다. 간판의 화살표를 따라가보니 담벼락에 설치되어 있는 Baby box가 눈에 띄었다. 손잡이를 이용해 여닫을 수 있었고 인터폰이 설치되어 있었다. 교회의 허락 하에 박스를 열어보니 내부에는 담요가 깔려있고 출생일을 꼭 적어주세요라는 당부의 말이 적혀 있었다. 교회 안에서는 많은 아이들이 가족처럼 함께 생활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정영란 전도사를 엄마라고 불렀다.

 

Baby box에 왔다가 마음 고치는 부모들도 있어

부모가 Baby box에 아이를 넣으면 벨이 울린다. 이 벨을 듣고 교회 사람이 잽싸게 달려나가면 부모는 이미 사라지고 없다. 교회 앞의 경사가 심한데도 불구하고 허겁지겁 뛰어 가는 것이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는 도망가는 부모를 최대한 붙잡아 설득해서 상담을 하고 있다. 아이를 Baby box에 버리러 왔다가도 상담을 진행하면 부모들이 몰랐던 부분을 알게 되고 희망을 가지는 것이다. 실제로 그렇게 해서 다시 아이를 데려간 경우도 꽤 있다.

정영란 전도사는 상담을 하면서 느낀 것은 정말 초기 상담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이 정부나 구청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상담센터로부터 도움을 많이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부분이 너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또한 Baby box에 아기를 두고 간 후 후회 끝에 다시 찾으러 온 경우도 많다. 실제로 주사랑공동체교회의 Baby box에 이제까지 버려진 372명의 아이들 중 3분의 1이상의 아이들이 친부모 곁으로 돌아갔다.

 

Baby box, 영아유기를 조장한다?

하지만 Baby box가 오히려 역으로 영아유기를 부추기고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이러한 주장을 하는 측은 최근 유기된 아동의 대부분이 Baby box를 통해 버려진 아이들이라는 것을 근거로 든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우리는 20128월부터 시행된 입양특례법 개정에 주목해야할 필요가 있다. 입양특례법 개정은 친부모가 입양에 대해 충분히 생각할 수 있도록 출생후 최소 7일 후에 입양동의를 하도록 하는 입양숙려제, 친부모 출생신고 의무화, 가정법원 입양허가제 도입이 주 내용이다. 개정의 취지는 단순히 입양아동을 늘리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을 맞추던 기존 법에서 벗어나 입양되는 아동들의 권리보호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로 인해 아이를 입양기관에 등록을 하려면 친부모의 명의로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한다. , 친부모들이 가족관계등록부에 출산사실이 남게 된다. 입양을 희망하는 사람들의 절대 다수가 미혼모인데 이들은 기록이 남는 것을 꺼림으로써 입양기관 등록을 포기하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입양등록 절차가 더욱 까다로워진 것도 한 몫하고 있다.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이들에게 입양기관 등록마저 좌절된다면 불법입양의 유혹에도 쉽게 흔들리게 된다.

오른쪽 표는 입양특례법 개정 전후로 서울시내 버려진 아기들의 현황(장애아 제외)이다. 2010년에는 21, 2011년에는 31명이 버려졌지만 개정이 예고되었던 2012년 초반기에만 28명이 버려졌다. 개정이후 4개월 동안은 41명이 버려졌다. 2012년에 버려진 아이는 총 69명으로 전년도 31명에 비해 2배이상 뛴 것이다. 2013년도 역시 유기아동 수는 폭증세가 이어졌다.

Baby box에 들어온 아기의 수 또한 개정이후 3배 이상 늘었다. 개정 후 9개월 동안만 140여명의 아이가 들어왔다. 아기와 함께 남겨진 110개의 편지 중 58개에는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대한 원망의 목소리가 적혀있었다. , Baby box가 아동유기를 부추겼다기보다는 현실에 맞지 않은 정책 때문에 늘어난 유기아동을 Baby box에서 받아준 셈이다. 과연 Baby box마저 없었더라면 그 많은 아이들은 과연 어디로 갔을까?

 

정부에서는 Baby box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아기들이 Baby box를 통해 들어오고 있다. 단순히 불법으로 간주해 외면할 것이 아니라 어떠한 해결책들이 마련되어야하는 시점이다. Baby box가 없었더라면, Baby box에 남겨진 아이들중 단 한 명이라도 길바닥에 유기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누가 호언장담할 수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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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영 기자

kc2120@hansu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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