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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김모(40·여) 씨는 며칠 전 아이의 주민등록초본을 떼고 깜짝 놀랐다. 아이를 입양한 후 이미 개명까지 마친 상황이지만 초본에는 아이의 입양 전 성과 이름이 그대로 나와 있어 사실상 아이가 입양됐다는 것이 그대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 씨는 “초본을 보면 아이 생모의 존재가 자꾸 생각나 마음이 아프다”며 “아이의 입양 사실을 남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서 이민도 생각해봤다”고 털어놨다.
#2. 이모(38·여) 씨는 최근 불임 판정을 받고 기관에서 아이를 입양하려고 계획했으나 입양근거가 초본에도 남는다는 얘기를 듣고 망설이고 있다. 아이가 입양됐다는 것을 남들에게 절대 알리고 싶지 않아서다. 이 씨는 “시작도 하기 전에 너무 겁이 난다”면서 “입양하는 게 죄가 아닌데 왠지 벌거벗겨진 기분일 것 같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2면
개정된 입양특례법이 여전히 많은 문제점을 노출하며 입양을 계획하는 부모들의 의욕을 꺾고 있다. 2012년 개정된 입양특례법에 따르면 입양기관에 아이를 맡기기 위해서는 미혼모라도 아동의 출생신고를 마쳐야하고 아이의 출생 후 7일 간 숙려기간을 둬야하는 입양숙려제가 골자다.
또 입양이 관할 시·군·구 신고제에서 법원허가제로 전환돼 양부모 자격심사와 원가정의 입양 전 상담이 강화됐다.
개정안은 출생에 대한 입양아의 알권리=를 보장하고 입양조건을 강화해 입양아를 더 좋은 양육환경에 입양 보낼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이런 취지가 빛을 발하기보다는 입양기피 등 부작용이 더 노출되는 상황이다.
가장 큰 문제는 아이의 출생신고 이후 발생하는 원치 않는 결과들이다. 특례법 개정 전에는 입양당사자의 입양합의와 입양신고만으로 입양이 가능했기 때문에 양부모와 친생모 모두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아이의 출생신고를 해야한다는 규정이 법에 추가됨에 따라 아이의 주민등록초본에까지 사실상 입양의 흔적이 남게 된다는 것이다. 현재 입양된 아동의 초본을 보면 적나라하게 ‘입양’이라는 단어가 나와있지는 않다.
그러나 아이 입양 후 개명까지 마친 상황에서도 아이의 입양 전 성과 이름이 ‘개명에 의거-성명 정정’의 형식으로 그대로 노출돼 있다. 또 보통의 경우 ‘출생등록’이라고 표기돼지만 입양아동의 경우 ‘전입’이라고 표현되는 점도 미세하게 다른 점이다.
이러한 차이로 인해 공개입양을 결정했음에도 아이의 입양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양부모들은 혹시나 이를 통해 아이가 입양사실을 알게 될까봐 불안에 떨고 있다. 심지어 자신과 같은 성을 가진 아이를 입양하겠다는 양부모도 있을 정도다.
실제로 입양특례법 개정 후 국내외 입양이 20%이상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입양특례법이 개정된 해에 우리나라 아이들이 국내외로 입양된 경우는 모두 1880건이었다. 이는 개정 전 해 2463건에 비해 23% 줄어든 규모다.
기존에도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를 통해 입양 사실을 확인할 수는 있었다. 하지만 이는 입양인이 성인이 됐을때부터 확인이 가능하다. 또 친부모·양부모가 입양아동 당사자의 동의절차를 거쳐 확인할 수 있으며 이를 요구하는 데가 거의 없다.
하지만 초본의 경우 만 15세 이상만 되면 발급받을 수 있고 친양자입양관계증명서보다 요구하는 곳이 많다. 따라서 한참 예민한 청소년기의 아동이 초본을 발급해 의도치 않게 입양사실을 알게 될 경우 아이가 받을 충격을 미리 예방할 수 없다는 문제점이 발생한다.
입양기관 관계자 A 씨는 “초본 등에 입양의 근거가 남는다는 것을 알고 상담만 받고 돌아가는 부모들도 많다”면서 “입양가능성을 시사하는 서류들은 법원 같은 기관이 비밀리에 관리하고 필요할 때만 당사자의 동의를 얻어 발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서윤 기자 classic@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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