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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울뿐인 입양특례법 재개정 없이는 아동복지 선진국으로 갈 수 없습니다.”
11일 제9회 입양의 날을 맞아 지난 2012년 8월 개정된 입양특례법의 허점에 대한 지적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홀트아동복지회 인천아동상담소 손윤실 소장은 “현실을 무시한 입양특례법이 여러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면서 “겉모습만 세계적 수준으로 맞춰서는 아동복지 선진국으로 발전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입양특례법은 ▶국내 입양 우선추진제 도입 ▶입양허가제 및 친양자 제도 도입 ▶아동의 알권리를 위한 출생신고제 도입(미혼모 호적에 아동을 출생신고해야 입양 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지만, 이 같은 조항들이 오히려 역효과를 낳고 있다는 지적이다.
보건복지부가 지난 9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1년 2천464명(국내 1천548·국외 916)이던 입양아동 수는 지난해 922명(국내 686·국외 236)으로 63%나 급감했다.
인천지역에 입양된 아동 수 역시 지난 2011년 91명에서 지난해 48명으로 절반가량 감소했다.
미혼모 자녀가 국내 입양 아동의 93.4%, 국외 입양 아동의 96.6%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입양특례법 개정 이후 정식적인 절차를 밟아 입양하기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혼모 입장에서 아동의 입양이 성사될 경우 가족관계등록부에서 삭제되지만 파양된다면 다시 기재되기 때문에 호적 등록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베이비박스에 아동을 유기하거나 불법 입양 쪽으로 눈을 돌리게 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베이비박스에서 발견된 편지의 41%가 ‘입양특례법 때문에…’라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국입양가족협의회가 설립한 입양특례법 재개정 추진위원회는 “미혼모에게만 모든 책임을 떠안기고 비밀 보장조차 해주지 않는 현 제도 하에서는 불법 입양을 막을 길이 없다”면서 국가 차원의 입양 장려 정책과 입양특례법 재개정을 촉구하고 있다.
추진위는 현행법상 입양을 위해서는 미혼모가 자녀의 출생신고를 해야되는 데 미혼부에게는 이 같은 의무가 없어 양성평등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또 불법 입양의 처벌이 입양법이 아닌 아동복지법에 적용되고 있는 것도 모순이고, 아동의 알권리를 가족관계등록법에 한정시킨 것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미국은 법원에서 친생모(부)에 대한 인적사항을 관리하고 있어 굳이 출생신고를 하지 않더라도 아동이 원할 경우 친부모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추진위 관계자는 “우리나라는 OECD 가입국 중 미혼모에 대한 복지와 인식이 최하위”라며 “미혼모에 대한 배려가 바탕이 되지 않는다면 입양에 있어 후진국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입양의 날은 가정의 달인 5월에 1가정이 1명의 아이를 입양하자는 취지로 지난 2005년 제정됐으며, 인천시를 비롯한 대부분 지자체는 세월호 참사에 애도를 표하며 올해 입양의 날 기념행사를 모두 취소했다.
유병돈기자/tamond@joongb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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