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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일보] “보호출산제 시행에도… 베이비박스 벨은 계속 울리고 있다”

Writer. 주사랑공동체   /   Data. 2026-10-16   /   36
[닫히지 않는 베이비박스 17년의 기록]
신분 노출 두려워 제도 보호 못받아
외국인 ‘유학생 엄마’ 등도 사각지대
공적 체계 안에 들지 못하는 이들 위해
교회와 같은 민간영역이 피난처 역할
우리 사회의 인식도 극복해야 할 과제
위기 임산부 더욱 적극 발굴 목소리도
국내에서 처음으로 베이비박스를 설치한 주사랑공동체교회의 이종락 목사는
“지금도 베이비박스의 벨이 울리고 있다”며 “보호출산제도가 만들어졌음에도 
여전히 출생신고 자체를 할 수 없는 사정을 가진 사람들이 존재한다”고 말했다. 
 
누군가 아이를 놓고 가기 위해 베이비박스의 문을 열면, 센서가 이를 자동으로 감지해 
시설 내부에 ‘벨’을 울려 알린다. 내부에서 대기하고 있던 근무자가 아이를 즉시 받는 구조다.

2024년 7월 아이를 의료기관에서 가명으로 출산할 수 있는 보호출산제가 도입됐지만 
여전히 신분 노출에 대한 두려움을 안고 있는 이들이 존재한다. 
또 보호출산제 적용을 받지 못하는 외국인들도 있다. 
 
이 목사는 “특히 우리 사회 가장 약한 고리에 있는 사람들이 가장 기본적인 출산조차도 
보호받지 못하고 사각지대로 내몰리는 것”이라며 “아직 완전한 제도와 법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주사랑공동체교회에는 보호출산제 이후 지난 8월까지 모두 66명의 산모가 다녀갔다.
이 목사는 15일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보호출산제 도입 자체는
‘중대한 성과’로 평가하면서도 여전히 존재하는 사각지대를 우려했다.

이 목사는 “보호출산제와 위기 임산부 지원 제도가 생기면서 무엇보다 위기임산부가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공식적인 상담체계가 구축됐다. 
출생 미등록과 병원 밖 출산을 예방하기 위한 국가적 안전망이 마련됐다는 점은 중대한 성과”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여전히 공적 체계 안에 들지 못하고 소외든 이들을 위해 민간의 역할이 남아 있다. 
이 목사는 “아직 위기 임산부들 가운데 제도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베이비박스에 문의를 하는 경우가 많다”며 
“법, 제도, 행정이 마련돼 있어도 도움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교회와 같은 민간 부분이 피난처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설치된 베이비박스는 17년 동안 민간 영역에서 
위기 임산부와 아이들에 대한 긴급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특히 보호출산제 도입 이후에는 공적 체계를 활용할 수 없는 외국인 산모들의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을 찾는 해외 유학생들이 많아지면서 베이비박스를 찾아오는 ‘유학생 엄마’도 늘고 있다. 
2024년 7월 이후 베이비박스를 찾아온 외국인 12명 가운데 4명이 유학생이었다.

그간 축적된 상담 역량은 공적 체계가 미처 끌어안지 못하는 사각지대를 흡수하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 목사는 “국가의 제도적 보호체계와 민간의 현장경험은 서로 대체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 관계“라며 
“베이비박스는 현장에서 축적해온 전문성으로 국가지원체계와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간 영역의 강점은 ‘유연성’과 ‘속도’다. 위기 임산부에게 시급한 지원이 필요할 경우, 행정적 시간이 거의 소요되지 않는다. 
양승원 주사랑공동체 사무국장은 “공적 체계 내에서 사례회의와 행정절차가 진행되는 사이에도 
긴급한 의료비와 교통비 지원이 필요한 상황이 발생하기도 한다”며 
“베이비박스는 현장의 긴급 지원체계를 통해 
위기 상황의 공백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도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의 인식도 여전히 극복해야 할 과제다. 
이 목사는 “우리 사회 다양한 미혼모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것은 마음으로는 알지만 
때때로 비난과 무시의 대상이 된다”며 “우리 스스로 소외 대상을 만드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인식 때문에 어디에도 토로하지 못하는 어려움을 가진 이들이 우리 주변에 여전히 있다”고 말했다.

보호출산제를 연구해온 전민경 사단법인 온율 변호사도 “보호출산제는 위기 임산부를 공적인 제도로 포용하기 위해 만들어진 측면도 있지만 
결혼 이민자가 아닌 외국인 여성은 포용하지 못한다”며 
“보호출산제의 찬반 여부와 관계없이 외국인 위기 임산부는 보호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사각지대를 막으려면 가장 취약한 외국인 위기 임산부를 공적 상담 체계에 들어오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 변호사는 “해외에서는 19개 언어로 외국인들에게 다양한 상담을 지원하는 경우가 있지만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며 
“외국인 여성 가운데서도 체류 자격이 불안정한 가장 취약한 집단이 상담 체계 밖에 존재한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늘고 있는 ‘유학생 엄마’에 대한 우려도 크다. 전 변호사는 “외국인 유학생의 경우 학업을 전제로 비자를 발급받기 때문에, 
출산과 양육으로 학업을 계속하지 못하게 된다면 비자 발급이 취소될 우려가 있다”며 
“그런 상황에서 공적 상담을 이용하더라도 실질적 도움을 기대하긴 어렵다. 결국 막다른 길목에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열악한 상황에 놓인 위기 임산부를 더 적극적으로 발굴해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심선희 경기도여성가족재단 연구위원도 “정말 더 열악하고 위기에 있는 임산부들은 
제도나 기관에 아예 접근하지 못하기 때문에 포착하기가 더 어렵다”면서 
“초기에 일부 상담 전화를 진행하더라도 신분 노출의 우려 때문에 중간에 상담이 단절되는 경우도 굉장히 많다”고 말했다. 
국민일보 보도 후 보건복지부는 “위기 임산부가 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이지 않도록 홍보와 상담 체계를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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